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데이터베이스 보호법안을 놓고 벌이는 ‘힘겨루기’ 때문에 한국 데이터베이스 산업이 고사(枯死) 위기를 맞고 있다.
인터넷 이용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활용이 크게 늘고 있지만 데이터베이스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이 양 부처의 의견차이로 제정되지 못하고 해를 넘긴 것.
정통부는 데이터베이스가 초고속정보통신망 정보통신기기 소프트웨어 등과 함께 정보통신산업의 기반이라고 보고 올초부터 ‘데이터베이스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입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문화부는 기존의 저작권법으로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
정통부는 저작권법에서 규정한 보호기간 50년은 데이터베이스의 성격상 너무 길다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보호기간을 15년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 따라서 보호와 활용의 양 측면을 고려한 별도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저작권법 소관 부처인 문화부는 그러나 데이터베이스도 창작물의 하나이기 때문에 독일 등과 같이 별도의 법안을 만들 필요없이 저작권법에 포함해야 한다며 법 제정에 반대해왔다.
문화부는 올해 저작권법을 개정하면서 데이터베이스를 이 법의 보호대상에 포함하려다 뒤늦게 이를 안 정통부의 반발로 입법을 포기하기도 했다.
결국 양 부처의 ‘영역 싸움’이 장기화되면서 데이터베이스 보호법안은 정기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이에 따라 데이터베이스 관련 업체들은 현재 어느 법률로도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은 저작권법이든, 별도 법안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데이터베이스를 보호해 줄 것을 문화부와 정통부 양측에 요청해놓고 국회에 입법을 청원할 계획.
지난해 3월 5년간의 노력 끝에 구축한 부동산정보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부동산협회가 무단으로 도용, 사업을 포기해야 했던 ㈜미래정보 양동주 사장은 “본질을 외면한 정부 부처간의 대립 때문에 데이터베이스 관련 업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보호 법안이 없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살아남을 데이터베이스 업체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