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힘겨루기에 DB산업 시든다…정통부-문화부 영역다툼

  • 입력 1999년 12월 24일 19시 45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데이터베이스 보호법안을 놓고 벌이는 ‘힘겨루기’ 때문에 한국 데이터베이스 산업이 고사(枯死) 위기를 맞고 있다.

인터넷 이용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활용이 크게 늘고 있지만 데이터베이스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이 양 부처의 의견차이로 제정되지 못하고 해를 넘긴 것.

정통부는 데이터베이스가 초고속정보통신망 정보통신기기 소프트웨어 등과 함께 정보통신산업의 기반이라고 보고 올초부터 ‘데이터베이스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입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문화부는 기존의 저작권법으로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

정통부는 저작권법에서 규정한 보호기간 50년은 데이터베이스의 성격상 너무 길다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보호기간을 15년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 따라서 보호와 활용의 양 측면을 고려한 별도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저작권법 소관 부처인 문화부는 그러나 데이터베이스도 창작물의 하나이기 때문에 독일 등과 같이 별도의 법안을 만들 필요없이 저작권법에 포함해야 한다며 법 제정에 반대해왔다.

문화부는 올해 저작권법을 개정하면서 데이터베이스를 이 법의 보호대상에 포함하려다 뒤늦게 이를 안 정통부의 반발로 입법을 포기하기도 했다.

결국 양 부처의 ‘영역 싸움’이 장기화되면서 데이터베이스 보호법안은 정기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이에 따라 데이터베이스 관련 업체들은 현재 어느 법률로도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은 저작권법이든, 별도 법안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데이터베이스를 보호해 줄 것을 문화부와 정통부 양측에 요청해놓고 국회에 입법을 청원할 계획.

지난해 3월 5년간의 노력 끝에 구축한 부동산정보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부동산협회가 무단으로 도용, 사업을 포기해야 했던 ㈜미래정보 양동주 사장은 “본질을 외면한 정부 부처간의 대립 때문에 데이터베이스 관련 업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보호 법안이 없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살아남을 데이터베이스 업체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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