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수놓은 가요-팝뮤지션 20]'대중의 벗'으로 100년

  • 입력 1999년 12월 27일 19시 59분


《20세기 대중음악은 대중과 호흡을 함께 하면서 그들의 정서를 대변해왔다. 대중음악엔 우리 현대사의 명암이 투영돼 있고 시대정신이 살아 있다. 한 세기 동안 대중음악사를 수놓았던 주요 뮤지션들을 정리해본다. 가요와 팝 부문의 뮤지션 선정에 대중음악평론가인 강헌씨와 임진모씨가 도움말을 줬다.》

▼가요▼

△이난영〓35년 ‘목포의 눈물’로 최초의 주류 대중음악인 트로트의 완성형을 보여준 가수. 트로트는 이애리수와 고복수를 지나 이난영에 와서 완성된다.

△남인수〓슈퍼 스타의 시대를 처음으로 연 인물. 그의 이름 옆에는 작가 박시춘과 김해송이 나란히 있어야 한다. 30여년을 피어린 노력으로 정상에서 군림했다.

△현인〓해방 직후 50년대의 최대 스타. 상해에서 귀국해 독특한 이국적인 발성을 구사했다. ‘신라의 달밤’ 등으로 남인수와 쌍벽을 이뤘다.

△패티김〓국내 가수의 등용문이었던 미8군 무대가 낳은 최고의 스타. 길옥윤 박춘석과 트리오를 이뤄 활약했고, 60년대∼90년대 대형가수로 군림.

△이미자〓64년 ‘동백아가씨’를 빅히트시키며 ‘엘레지의 여왕’ 자리에 올랐다. 트로트 르네상스의 주역으로 음악활동 40년간 취입곡수 등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불멸의 기록들을 남겼다.

△나훈아〓이론의 여지가 없는 트로트의 황제. 남진과 열광적인 라이벌 경쟁으로 70년대를 장식했다. 트로트가 퇴조하던 80년대에도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하며 아성을 지키고 있다.

△김민기〓정태춘은 그에 대해 “한국 음악계의 첫 반항아이자 이단아였고 첫 소외자였다”고 말한다. 그의 음악은 그 ‘저급한’ 대중음악이 어떻게 역사와 사회에 개입할 수 있는지를 웅변.

△신중현〓명실상부한 한국 록의 아버지. 단순한 스타 메이커가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지배적인 음악 언어에 대항하여 한국 가요가 어떻게 대항할 것인지를 단숨에 일러줬다.

△조용필〓20세기의 단 한 뮤지션을 꼽으라면 이 사람이다. 포크를 계승한 한국 가요 문법의 완성, 보컬과 작곡의 한국적 정체성, 밴드와 녹음에 대한 집중투자, 서구 팝에 대한 한국 가요의 시장 우위 확립 등 업적이 찬란하다.

△서태지와 아이들〓가요를 단순히 10대의 유흥문화라고 생각하는 낡은 관습을 일거에 부수며 새로운 세대의 가치를 세웠다. 90년대 한국 대중문화의 영광과 그늘 그 자체였다.

▼팝▼

△루이 암스트롱〓20년대 재즈를 어두운 술집에서 양지로 끌어올린 뮤지션. 미국 국무성의 지원 속에 재즈를 세계에 전파하는 데 기여.

△프랭크 시내트라〓40년대에 이미 소녀들의 고함과 졸도를 몰고온 ‘팝 히스테리’의 최초 기록 보유자. ‘My Way’ 등 팝의 전형을 확립.

△엘비스 프레슬리〓대중음악의 물꼬를 재즈에서 거리 음악인 로큰롤(록)로 돌려 놓았다. 음악사 최초의 ‘청춘혁명’을 일으킨 주인공. 영국의 비틀스도 엘비스의 영향에 힘입어 록의 내공을 다졌다.

△비틀스〓록에도 예술의 미학이 있음을 증명한 게 최대 업적. 고전음악애호가도 비틀스를 20세기 최고의 음악가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보브 딜런〓팝의 노랫말을 쾌락에서 철학으로 비상시켰다. 60년대 지구촌에 통기타와 사회비판의 물결을 일으킨 주인공. 포크에 록을 더해 만든 ‘포크록’도 그의 최대 발명품 중 하나.

△롤링 스톤스〓비틀스와 달리 끝까지 ‘아우성’이라는 록의 미학을 지켰다. 환갑을 눈앞에 둔 지금도 ‘사나운’ 록을 한다. 대중들은 이들을 통해 록의 원류가 흑인 음악에 있음을 알았다.

△아레사 프랭클린〓‘솔의 여왕’. 60년대 흑인 인권 신장을 대변한 솔의 거목. 샤우팅 창법은 일품으로 각종 조사에서 지난 100년간 최고의 가수로 선정됐다.

△레드 제플린〓헤비 메탈의 형식미를 완성한 그룹. 70년대 중반 당시 포드 대통령의 딸들도 TV에서 가장 좋아하는 밴드라고 밝혔다.

△마이클 잭슨〓그의 ‘빌리진’ ‘빗 잇’은 흑백차별의 남아공에서도 울려 퍼졌다. 세계가 그의 문워킹 열기에 빠져들면서 음악은 듣는 게 아닌 보는 것이 됐다. 종일 그의 비디오를 틀어댄 MTV가 성공의 동력.

△너바나〓90년대 록 부흥의 주역이며 공격적인 X세대의 절규인 얼터너티브의 화신. 제도권에서 언더그라운드로 음악계의 시선을 이동시켰다. 리더 커트 코베인은 94년 자살.

〈정리〓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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