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천년의 농경시대, 산업사회와 달리 새 천년을 여는 현 시점에서 최대의 화두(話頭)는 단연 ‘디지털’이다.
전문가들은 ‘이제까지처럼’, 그리고 ‘어제와 다름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가는 급변하는 세태 속에 혼자 낙오할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희망찬 가슴으로 새해를 맞기 위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리고 디지털 시대, 당신의 경쟁력은 어떠한지를 점검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나의 생존지수를 정확히 알자▼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은 지난 시대의 그것과는 다르며 ‘생존지수(生存指數)’가 높을수록 급변하는 세상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충실’‘강직’‘의리’가 직장인의 가장 큰 덕목으로 꼽히던 시대는 이제 흘러갔다. 새 천년에는 ‘회사를 배반할 수 있는 배짱’과 ‘자기 능력과 경험을 철저히 계발하는 힘’을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성공의 기회가 주어질지 모른다.
주부의 경우도 전적으로 가장만 믿으며 가정 속에 안주하는 것이 행복으로 알던 시대는 지났다. 위기가 닥치거나 결단의 시기가 오면 주부가 당당히 나서야 한다는 ‘라이프 시나리오’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본보가 삼성경제연구소와 함께 디지털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 점검표를 따라 우선 나의 ‘생존지수’를 점검해보자.
▼정보화 능력▼
전문가들은 이제 개개인의 이름보다는 E메일 주소가, 복잡한 서류정리를 잘 하는 솜씨보다는 정확하고 빠른 인터넷 정보검색능력이더 중요한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적절히 받기 위해서는 누구나 컴퓨터와 인터넷은 자유롭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바야흐로 지구촌 시대이므로 영어는 기본이고, 가능하다면 제2외국어 하나쯤은 구사할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다.
주부 역시 적성과 능력계발을 소홀히 하면 어린 자녀에게도 뒤지기 십상이다. 컴퓨터와 어학, 좋아하는 분야 공부 등에 나서야 한다.
인터넷쇼핑몰을 비교해 원하는 상품을 경제적으로 구매하며 향후 수년 간의 재테크계획을 짤 수 있는 전천후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남편과 자녀 뒷바라지에 인생 모두를 거는 ‘희생의 어머니상’은 이제 지나간 천년의 유물로 깨끗이 묻어야 한다. 특히 돈만 많이 쏟아붓는 ‘골드러시형’ 자녀교육에서 벗어나 ‘지식정보 엄마’로 거듭나야 한다.
▼따뜻한 삶의 문화▼
새 천년에는 ‘일벌레’가 더이상 귀감이 될 순 없다. 주어진 시간에 철저히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활용, 가족이나 개인의 레저 취미 등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즐겨야 삶의 질도 높아진다.
특히 가족이 함께 즐기는 캠핑 하이킹이나 여행 스포츠는 세상이 아무리 디지털문명으로 치닫는다 해도 결코 달라지지 않을 가족끼리의 끈끈한 정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연극 영화 음악회 등 문화예술행사를 자주 감상하는 것도 가족의 ‘눈높이’를 한단계 높여줄 수 있다. 가슴을 적시는 감동을 경험하기 위해 가계비용에 필수지출내용으로 문화비를 꼭 포함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영원불멸의 테마, 인간▼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결코 달라질 수 없는 것이 ‘인간의 가슴’이다. 인간에 대한 배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휴먼 네트워크’는 사회가 정보화할수록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한다.
인터넷과 PC통신을 통해 다양한 테마의 온라인동호회에 참가하거나 전문가모임에 정기적으로 참가하는 것은 따뜻한 인간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경쟁력을 키우는데도 도움을 준다. 주부도 계모임이나 아파트부녀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활동과 취미모임에 참여해 인맥을 쌓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김종래·나성엽기자〉jongrae@donga.com
▼네티즌들이 보는 경쟁력▼
네티즌들은 새 밀레니엄을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공격적 자기계발’이 필수라고 여기고 있다.
본사와 PC통신 천리안이 1월 말까지 열고 있는 토론방 ‘밀레니엄 성공지수―새 천년의 성공조건은?’(go forummenu). 이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질서 속에서 앞서 나가려면 정보화 능력, 어학실력 등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예의와 문화, 인간에 대한 배려와 같은 ‘기본’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천리안ID ‘바다찾기’는 “종횡무진 세계 속을 흘러다니는 자본의 위력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라며 “세계를 무대로 뛰기 위해서는 적어도 90년대 출생자부터는 2,3개 외국어를 기본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FEMIPHILL’은 “새 천년은 여성성과 남성성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 “남성과 여성 모두 내면의 양성(兩性)적 가치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러시러’는 “아직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닌 중진국에 가깝다”며 “세계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될 문제가 많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세계무대에서 필요한 예절교육보다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더 중요시하는 교육이 가장 문제”라며 “유치원 때부터 예절과 질서 교육을 철저히 해서 선진국이 되기 위한 기초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MEANGSI’는 “새 밀레니엄이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꾸준함’을 잃지 말자”고 했다.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도움말 주신 분▼
신현암(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황인홍(한림대의대 교수·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장)
안철수(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장)
박창기(팍스넷 사장)
윤석민(e라이프21 사장)
김진호(골드뱅크 사장)
김정국(데이콤 전자상거래담당 대리)
이은희(주부·서울 강남구 대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