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공간 사전선거운동 기승…E메일 연하장 살포

  • 입력 2000년 1월 3일 20시 12분


2000년대 첫 선거인 4월 16대 총선을 앞두고 사전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출마희망자들이 연말 들뜬 분위기를 틈타 불법 사전선거운동을 벌인데 이어 새해 들어서도 이들의 불법 탈법이 계속돼 새천년의 선거도 구시대의 혼탁한 선거분위기로 오염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나 E메일 등을 통한 사실상의 선거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으나 현행 선거법은 ‘사이버 선거운동’을 전혀 못 따라 가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사례▼

3일 전국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말부터 현재까지 사전선거 운동 적발건수가 15대 총선 때의 같은 기간에 비해 30%이상 늘어났다.

가장 빈번한 불법사례는 출마 희망자들이 송년회나 신년 축하모임 등에 참석해 식사나 술값을 대신 내주는 것.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해 12월 17일 지역 송년모임에 참석했다가 한 정치인이 와서 자신의 이력을 홍보한 뒤 술값 등 44만원을 내고 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 정치인은 현재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수사의뢰된 상태.

연하장 등을 빙자한 간접 선거운동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경기 이천시 H의원은 자신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담은 연하장을 지난해 12월 중순경 유권자 300명에게 발송했다.

충북의 경우 15대 총선 전해인 95년에는 사전선거운동 적발건수가 한건도 없었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30건이나 적발됐다.

서울은 이미 지난달말까지의 적발건수가 15대 총선 때의 사전선거운동 전체 적발건수인 150건의 절반에 육박하는 70건에 달하고 있다. 시선관위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이번 총선에는 불법선거운동이 15대에 비해 2배 가까이 늘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이버공간 악용▼

회사원 서모씨(32)는 최근 전혀 관련이 없는 한 정치인으로부터 E메일 연하장을 받고 놀랐다. 알아보니 상당수의 직장 동료들이 유명 정치인들로부터 비슷한 메일을 받았다.

이처럼 젊은 유권자를 겨냥한 사이버 선거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무차별적으로 지역구민들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온라인상에 상대 예상후보를 인신공격하는 글을 올리는 등 사이버 공간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개인사업자는 최근 정치인의 홍보성 글을 유료로 게재해주는 홈페이지를 개설했다가 선관위로부터 폐쇄 명령을 받기도 했다.

국회관계자에 따르면 현역의원 중 절반이 넘는 150여명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열고 의정활동 소개, 후원회 조직 등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또 상당수의 출마 희망자들도 속속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선거법에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선거운동을 규제하거나 지도할 조항이 전혀 없는 상태. 선관위관계자는 “일반 선거운동 관련 조항을 원용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신공격 등을 규제하고 있다”며 “하지만 솔직히 인터넷과 PC통신까지 감시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부〉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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