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거래 4일은 자제해주세요"… 각종거래 집중될듯

  • 입력 2000년 1월 3일 20시 12분


“방심은 금물. 4일을 무사히 넘겨야 한다.”

밀레니엄 전환기에 우려했던 Y2K 혼란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지만 금융권은 새해 첫 영업일인 4일 하루동안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초조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휴무 기간인 작년 12월31일부터 올해 1월3일까지 미뤄진 각종 금융거래가 한꺼번에 집중될 경우 전산시스템이 과부하를 못견뎌 작동을 중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컴퓨터가 가동되지 않으면 입출금 등을 직원의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창구혼잡은 물론 경제활동 전체가 사실상 마비되는 사태로 번지게 된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이에 따라 전산요원을 계속 비상 대기시키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왜 4일이 걱정인가〓우선 금융휴무에 따라 상환 또는 납부일이 연장된 △대출 원리금 △세금 △공과금 등을 이날중 서둘러 내려는 고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보인다.

각 가정에서 금융휴무에 대비해 찾아둔 현금을 재입금하려는 수요도 적지 않을 전망. 작년 연말 열흘간 시중에 풀려나간 현금은 사상 최대인 5조5600억원으로 예년 같은 기간의 1조2000억∼1조9000억원보다 최고 4배이상 많다.

이 가운데 어림잡아 3조원 정도는 ‘Y2K 가(假)수요’가 작용한 것이라는게 한국은행의 분석. 풀린 돈이 많다보니 금융권으로 다시 돌아오는 자금의 규모도 커질 수 밖에 없다. 금융휴무기간중 현금을 다 써버려 새로 돈을 인출하거나 친지 등에게 송금하려는 수요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금융휴무중 예정된 어음의 만기나 당좌 및 가계수표의 제시기일, 외환관련 수입결제기일 등은 4일로 미뤄진 상태. 은행 전산담당자들은 “평소 연말이나 명절때보다 의뢰건수가 3∼4배는 많을 것 같다”며 “고객들이 Y2K로 인해 예금계좌에 문제가 생기지나 않았는지 잔액조회에 나서기까지 한다면 창구혼잡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객 행동요령〓금융휴무중 만기가 도래한 원리금과 국세 지방세 등 세금, 전기요금 아파트관리비 등 공과금은 4일중 납부해야 추가이자나 연체료를 물지 않는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처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4일 하루만큼은 시민의식을 발휘해 가급적 은행이용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현금 관리에 큰 문제가 없다면 재입금 시기를 늦추는 태도가 금융시스템을 온전하게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은행연합회 김창권차장은 “은행들은 고객의 예금원장을 별도로 출력해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잔액조회나 통장정리를 할 필요가 없다”며 “돌발사태가 생기지 않는한 금융권 전산망은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 증권업계에는 큰 업무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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