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휴대용 면도기를 낙찰한 권씨. 경매회사 통장에 상품대금 7만7000원과 운송비를 온라인 입금시켰으나 약속한 날짜를 한참 넘겼는데도 물건은 오지 않았다. 경매사이트측과의 연락은 완전히 끊긴 상태.
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하면서 이같은 ‘인터넷 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소비자보호원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해본 사람 가운데 15.4%가 비슷한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자상거래는 법의 사각지대?〓인터넷 사기 피해가 범람하는 것은 무엇보다 인터넷 쇼핑몰 개설과 운영이 사실상 감시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
현재 국내에서 영업중인 인터넷 쇼핑몰은 800개 이상. 그러나 대부분 신규 사업자인데다 규모가 영세해 소비자보호에 소홀한 실정이다.
홈페이지는 컴퓨터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갖고 있으면 아무나 자유롭게 개설할 수 있다. 물론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도 가능하다. 송금도 가명계좌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숨어서’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다.
작년초 전자거래법 전자서명법 등 관련법이 제정되긴 했지만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마련되지 않아 아직은 법이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
▽보호지침 마련〓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이같은 법적인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자거래 소비자보호 지침’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이 지침에 따르면 사업자는 앞으로 자신의 신상정보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 자신의 신원에 대해 공인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는지 여부를 명시토록 했으며 사업자의 상호명과 영업소 소재지 전화번호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공개해야 한다.
또 소비자가 구입한 제품에 대한 교환 반품 환불의 조건이나 절차도 구체적으로 명시토록 했다. 청약을 철회하는 방법도 미리 밝혀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자거래도 일반 대면거래와 동등한 정도로 소비자 보호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개인정보의 보호 규정도 마련했다. 사업자는 ‘거래와 관련되는 필수 정보에 한해’ 소비자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소비자는 사업자에게 제공한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해 열람과 수정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
또 국외 사업자와의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쇼핑몰 서버가 국외에 있는 경우에도 국내에 거주하는 소비자와의 분쟁해결 과정에는 국내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했다.
인터넷 사기의 주타깃인 19세 미만의 청소년에 대해서는 ‘청소년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에는 법정 대리인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