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그룹인 아메리카온라인(AOL)과 복합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의 전격적인 합병소식이 알려지면서 연초 약세를 면치못하던 전세계 인터넷 및 미디어관련 주식이 일제히 급등세로 반전했다.
11일 서울 코스닥시장에서도 새롬기술 다음 한솔PCS 등 인터넷 정보통신주와 삼성물산 동양제과 등 복합미디어 업체의 주가가 강한 오름세를 탔다.
국내 증권전문가들은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인터넷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M&A)이 조만간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또 M&A붐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성과 경쟁력을 갖춘 인터넷전문업체가 독주할하고 ‘무늬만 인터넷’인 유사 인터넷업체가 몰락하는 시장 재편작업도 활발하게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 산업에 대한 재평가〓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은 ‘향후 인터넷산업의 방향성과 관련, 적절한 해답을 제공하는 일대사건’으로 증권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대우증권 이정호연구위원은 “인터넷이야말로 모든 형태의 미디어를 통합하는 통신수단임이 입증됐지만 거꾸로 인터넷 사용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풍부한 콘텐츠 없이는 인터넷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번 합병이 함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미래에셋 자산운용 이병익운용본부장은 “대표적인 인터넷업체인 AOL의 시가총액을 인정하지 않고는 이번 합병이 성사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인터넷 관련 기업의 거품논쟁도 수그러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미래성장성에 M&A재료가 결합하면서 인터넷 및 정보통신주의 주가가 한단계 레벨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M&A바람이 불까〓증권전문가들은 미국의 합병케이스를 국내에 그대로 접목할 수는 없지만 향후 M&A 가능성만큼은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과 정보통신 분야의 경쟁이 점차 격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 선점효과를 노린 유사 업체간 몸집불리기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진투자증권 리서치팀 조익재차장은 “첨단업종의 성격상 시장점유율 1등이 아니면 생존 자체가 매우 힘들다”며 “특히 구조조정을 통해 충분한 현금을 확보한 대그룹들이 인터넷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M&A 입질을 할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이날 발표된 삼성그룹과 새롬기술의 전략적 제휴를 인터넷 산업을 타깃으로 한 M&A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첨단주가 주도주로 재부상할까〓이날 증권가는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건과 삼성그룹과 새롬기술의 전략적 제휴에 무척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터넷 주식은 상당기간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꼬리를 감추는 모습이었다.
미래에셋 이병익본부장은 “이번주부터 발표될 미국 인터넷기업의 작년 4·4분기(10∼12월)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올 경우 첨단주가 확고한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이정호연구위원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산업이 합병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의미”라며 “인터넷 등 첨단업종도 선도기업 중심으로 차별화되는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