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평의 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5월 종합소득신고 때 98년 1억1800만원을 벌었다고 신고했으나 국세청이 작년말 개발한 전산프로그램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비슷한 규모의 성형외과 의사들의 평균 수입이 4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이 전산프로그램을 이용해 1만7500여명의 성형외과 치과의사 한의사 중 신고소득이 크게 떨어지는 300여명을 골라내 ‘올해도 신고내용이 부실할 경우 세무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국세청의 세무행정이 전산화되면서 얼렁뚱땅 국세청의 눈을 피해 세금을 떼어먹던 탈세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전산화 대상은 소득세에서부터 부가가치세 법인세 근로소득세 등 세목을 가리지 않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세부담을 낮추기 위해 매출액을 축소 신고하는 자영업자들을 적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 현재 시험가동 중인 이 프로그램에는 자영업자들의 아파트 자동차 골프회원권 등 재산보유 및 취득현황 자료가 입력돼 있어 해당 사업자의 소득이 어느 정도인지가 자동으로 추계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납세자가 제출하는 소득세 신고 자료만으로는 성실신고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 전산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신고 단계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탈루소득을 보다 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부가세를 덜 내기 위해 자료상과 허위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사업자도 전산망의 감시를 받고 있다. 이 전산망에는 모든 사업자의 세금계산서 수취현황이 입력되어 있어 가짜 세금계산서를 증빙으로 제출한 사업자를 통해 자료상을 추적할 수 있다. 여기서 1명의 자료상이 적발되면 그동안 이 자료상과 거래한 모든 사업자 명단이 줄줄이 딸려나오게 된다.
국세청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난 2년 동안 자료상으로부터 세금계산서를 받은 혐의가 있는 4400여 사업자에게 최근 거래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통보, 성실신고를 당부했다.
동종업종 평균에 비해 매출액이나 부가세 납부액이 크게 떨어지는 사업자도 전산분석 대상이다.국세청은 이달초 328만명의 사업자에게 25일까지 부가세를 신고 납부하라고 안내하면서 룸살롱 대형음식점 등 현금수입업소의 최근 3년간 부가세 납부실태를 전산분석했다. 위치 규모 등을 기준으로 분류한 자료와 비교해 세금납부 실적이 부진한 24만개 업소를 추려내 ‘세무서에서 신고내용을 전산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국세청 한상률(韓相律)소득세과장은 “사람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국세청 업무의 전산화가 납세자간의 공평과세를 앞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