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몸이야기]다리/관능미…역동성…

  • 입력 2000년 1월 21일 02시 36분


문어의 다리가 8개라는 것은 맞는 말일까? 엄밀히 말해 틀리다. 개수는 맞지만 다리가 아니라 발이니까. 문어와 낙지는 발, 오징어는 다리.

국어학자들은 “고대 삼국시대에 이들 낱말은 서로 구별하지 않고 썼는데 우연히 어떤 것은 발, 어떤 것은 다리로 부르다가 관용적으로 한 가지를 주로 쓰게 됐다”고 설명한다.

어원적으로 발은 동사 ‘밟다’, 다리는 ‘달리다’, 가랑이는 ‘걷다’와 연관된 말.

따라서 문어와 낙지의 ‘발’은 착 달라붙는 느낌, 오징어의 ‘다리’는 움직이는 느낌을 전한다.

문어는 자신도 문어발이 맛있다는 것을 아는지, 허기지면 제 발을 씹어먹는다. 여기에서 따와 주식에서 가공의 배당가능 이익에 따라 배당하는 것을 ‘문어발 배당’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의 다리는 어원적으로는 네 개. 뭍에 사는 척추동물을 묶어 영어로 ‘테트라포드(Tetrapod·네 다리 짐승이라는 뜻)’로 표현하는데 여기엔 다리 두 개가 팔이 돼버린 인간과 날개가 돼버린 새도 포함된다. 뱀도 척추동물. 최근 고고학자들은 1억년 전 화석을 연구해 뱀도 옛날에는 다리가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뱀의 다리는 4개가 아니고 3개였다.

▼사람의 다리▼

앞에서 봤을 때 샅고랑을 경계로 배와 붙어있고 뒤는 궁둥이고랑을 경계로 둔부와 붙어있다. 다리 중 무릎 위 부분인 넓적다리는 몸에서 가장 긴 뼈인 넓적다리뼈를 중심으로 3개의 근육뭉치와 인대 혈관 신경 등으로 이뤄져 있다. 종아리는 정강이뼈와 장단지뼈를 중심으로 근육 등이 주위에 있는 형태.

무릎의 뒷부분을 가리키는 오금은 ‘오금이 저리다’(힘이 빠지다), ‘오금을 박다’(큰소리치던 사람이 말과 다른 언행을 할 때 큰 소리로 논박하다) 등의 관용구에 많이 쓰인다.

◇18세기까지 “감춰야 정숙”◇

▼성적인 다리▼

성기로부터 양 다리가 갈라지는데다 성적으로 성숙할 때 다리가 가장 잘 자라므로 사람들은 다리를 성적 이미지와 연관시켜 왔다.

18세기까지 사람들은 여성이 발목을 보이는 것도 정숙하지 않게 여겼으며 심지어 공연장에 있는 피아노 다리도 음심(淫心)을 유발할 수 있다며 주름장식이 달린 ‘바지’를 입혀 놓아야 직성이 풀렸다.

이를 깬 사람 중 하나가 프랑스의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이었다. 그는 1920년대 치마길이를 종아리까지 올려 보수적 남성들의 거센 비난과 싸웠다.

한편 바지는 여성의 다리선을 드러낸다는 이유로 입지 못하다가 1차 세계대전 때 남성들이 전쟁터에 나가자 노동에 나서야 했던 여성들이 작업복으로 입으면서 널리 퍼졌다. 꼭 끼는 진바지는 70년대부터 여성들에게 유행했다. 이 때문에 음부의 위치가 드러나게 됐지만 대신 미끈한 다리 이미지가 사라졌고 치한이 치마를 공격하는 것보다 더 접근하기 어렵게 됐다.

▼아름다운 다리▼

미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몸매는 얼굴 길이가 키의 ⅛보다 약간 작고, 음부가 몸의 중심에 있으며 종아리 길이를 넓적다리 길이로 나눴을 때 84%인 상태.

물론 곧은 다리가 예쁘다. 젖먹이의 다리가 안쪽으로 휘어있다고 고민하는 산모도 있는데 아기는 생후 1년까지는 안쪽으로 휘어있다가 조금씩 펴지니까 걱정할 필요없다. 다리를 펴준다고 무리하게 다리를 당기면 엉덩이관절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새다리' 골다공증 위험◇

아기에게 비타민D를 비롯한 영양이 부족하거나 너무 일찍 걸음마를 배우면 다리가 휠 수 있으며 보행기도 다리 건강엔 좋지 않다. 업어 키우는 것과 다리 휘는 것과는 전혀 관계 없다.

요즘엔 허벅지와 종아리에 살이 거의 없고 ‘Ⅰ’자형인 ‘새다리’가 인기지만 다리뼈가 가늘고 길면 몸의 부하를 지탱하기 어려워 늙어서 관절염 골다공증 등으로 고생할 확률이 높다.

▼다리와 의학▼

최근 손이식 수술이 잇따라 성공하고 있지만 다리 이식수술이 성공하기까지는 최소 몇 년 기다려야 할 듯. 다리는 근육이 팔보다 훨씬 많은데다 다리 혈관이 손 혈관보다 더 잘 수축돼 이식 도중 핏덩이가 생겨 혈관을 막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의학은 다리의 신비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지난해초 일본 교토대 약학부 연구팀은 FGF10 유전자가 동물의 발생 단계에서 팔 다리 폐를 한꺼번에 만드는데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두 달 뒤 미국 하버드대의대 연구팀은 Pitx1 유전자가 팔과 구별되는 다리 만의 특징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이 유전자를 닭의 배(胚) 단계에서 날개를 형성하는 부위에 넣었더니 날개가 다리처럼 변했다는 것. (도움말=경희대 국문학과 서정범명예교수, 연세대의대 정형외과 박흥준교수, 〃 성형외과 안성준교수)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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