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그룹 중견 간부인 40대의 P과장. 책을 살 때엔 꼭 한 두 시간을 투자해 서점을 찾아 나선다. 남들은 PC 키보드를 클릭하며 삽시간에 책을 주문하지만 왠지 미덥지 않아서다.
가족들과 영화를 볼 때도 미리 영화관을 찾아 예약해야 직성이 풀린다. 인터넷 웹상에서 예약하면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직접 찾아보거나 육성으로 예약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삼성에버랜드는 23일 P부장 같은 ‘아날로그’ 인간유형 10여가지를 사원 설문조사를 통해 추출해 발표했다. 에버랜드가 지적한 아날로그형 인간은 대체로 육성을 듣거나 얼굴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당연히 ‘디지털’ 인간형보다 시간과 돈을 낭비한다. 새로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신망에서 ‘다운로드’ 받을 때도 괜한 바이러스 걱정 타령이다.
월간 스케줄을 수첩에 빽빽이 메모하는 것도 아날로그형의 특징. 디지털형은 매번 컴퓨터를 켜야 하는 부담을 안더라도 ‘버릇처럼’ 컴퓨터 메모장에 기억시킨다. 은행에 찾아가 공과금을 내는 것도 아날로그형에 속한다. 컴퓨터에 익숙한 사람 중에서도 통신 ID 유형에 따라 아날로그와 디지털형이 나뉜다. 에버랜드는 “단순히 자기 이름의 영문 이니셜을 사용하는 사람보다 의미있는 단어나 신세대형 한글발음을 영문자로 표현한 ID가 더 디지털형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