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과기장관 "연구프로젝트 창의력으로 따내야"

  • 입력 2000년 1월 28일 19시 01분


“한국의 과학기술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과학기술 관련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최근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연구기관 개혁을 기치로 1년전 출범한 통합이사회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세계 각국이 연구조직 혁신과 세대 교체에 나서고 있는데 ‘현실 안주’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과학기술부 서정욱장관은 27일 산업자원부 직원 500여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면서 통합이사회를 포함해 고질적인 출연연구기관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서장관은 이날 각국 연구기관의 구조조정 사례를 제시하며 “일본 연구기관이 종신고용의 ‘덕목’을 포기하고 7년 단위의 계약제를 전면도입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이 아직도 옛날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서장관은 또 “제대로 된 기술로 승부하지 않고 정치권에 로비나 하면서 연구프로젝트를 따내려는 저항세력들이 아직도 존재한다”면서 “우리(과기부)는 이에 굴하지 않고 창의력 있는 과학기술자만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국책연구기관에 확산되고 있는 무사안일과 개혁 거부 움직임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공공기술연구회 등 국책연구기관을 관장하고 있는 3개 통합이사회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분석. 연구회는 출연기관의 자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취지로 작년 초 연구기관 4∼10개를 묶어 하나의 통합이사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한 연구기관장은 “통합이사회가 연구기관의 자율권을 오히려 간섭한 부분이 적지 않다”면서 “통합이사회가 과연 개혁을 선도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이사회가 정치권을 지나치게 인식해 개혁에 적극성을 띄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 연구기관 간부는 “서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그동안 터부시되었던 통합이사회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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