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회사에 어떻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빌딩에 입주해 있는 ‘파이널 데이터’사를 찾았을 때 이채홍사장(35)은 외국에서 날아온 몇 통의 e메일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작동이 안되거나 컴퓨터로 작업한 서류가 하루아침에 날라가안절부절 못하다가 파이털데이터의 복구 소프트웨어로 자료를 복원하는 데 성공한 사용자들이 보내온 ‘감사의 편지’들이었다.
▼ 수사파일 해결로 명성 ▼
지난해 한 변호사의 뇌물제공 사건을 조사하던 검찰이 컴퓨터 파일이 지워져 수사가 벽에 부딪쳤을 때 이를 해결해준 것도 파이널데이터의 제품이었다.
파이널데이터는 파괴된 프로그램이나 문서를 윈도우 상에서 마우스 클릭 만으로 간단하게 복구시키는 소프트웨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세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벤처기업. 지난주에는 기술표준원이 선정한 ‘99 10대 신기술’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이 회사의 기술력이 세계시장에서 얼마나 인정을 받고 있는 지는 줄을 잇고 있는 외국 바이어들을 보면 한눈에 짐작이 간다.
지난해 9월에는 일본 후지쓰 그룹의 알파오메가사와 일본 내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했으며 11월에 열린 컴덱스쇼에서는 세계 소프트웨어업계의 격찬을 받았다.
▼ 10大 윈도틀에 선정 ▼
미국의 권위있는 컴퓨터잡지 PC월드가 선정한 세계 10대 윈도 툴(Tool) 가운데 데이터 복구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 몰려드는 계약 제의를 선별해야 할 정도.
이같은 개가는 이사장과 5명의 연구원들이 3년간 뿌린 땀의 결실이다.
81년 경기고 2학년 때 해운회사 주재원인 부친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이사장은 미국의 컴퓨터 업체에서 일하다가 데이터 복구 프로그램 시장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발견했다.
남가주대에서 비즈니스 &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하고 라스베이거스의 한 회사에 들어간 이사장은 훼손된 컴퓨터 자료를 복구하는 문제로 동료 직원들이 골머리를 앓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복구 서비스를 받는 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보면서 이 분야가 의외로 방치돼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국내 프로그래머들을 규합한 이사장은 일단 다니던 직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한국을 수시로 오가면서 연구 개발에 들어갔다. 수없이 많은 e메일로 연구 경과를 논의하고 가끔 한국에 들어오면 한데 모여 밤샘을 하는 ‘게릴라식’ 작업이었다. 미국 회사에서 일해 모은 돈이 밑빠진 독처럼 연구비로 들어갔지만 이사장은 “아이디어의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힘들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기술개발에 성공하자 이사장은 귀국해 정식으로 회사를 세웠다.
그는 “데이터 복구 기술은 지금도 변변한 책 한 권이 없을 정도로 미개척지” 라면서 “이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자리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