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이야말로 '정보 과잉'을 초래하는 주범이다. 요즘 웬만한 인터넷 사이트들은 일일이 해당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새롭게 바뀐 정보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이메일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다. 국내 몇몇 신문사와 잡지사, 이메일진(이메일 형식을 빌린 잡지) 등을 비롯해 CNN퀵뉴스, 지디넷(ZDNet), 시넷(CNet), 어바웃.콤(About.com·얼마 전까지는 '마이닝 컴퍼니'라는 이름이었다), 넷가이드, 슬레이트, 와이어드뉴스, 산 호세 머큐리 뉴스 등 그러한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문제는 이런저런 뉴스(정보) 사이트에 '구독신청(Subscribe)'을 하고 나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이메일이 매일 본인에게 쏟아진다는 사실이다. 서비스 성격에 따라서는 광고회사나 상품 안내, 구입 권유 등의 내용을 담은 곁가지 우편물까지 대동하기도 한다. 게다가 외국 사이트의 경우 우리나라와 시차가 나다 보니 우리나라 기업들에서 오는 이메일과 뒤섞여 24시간 내내 끊이지 않고 이메일이 쳐들어오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도 외국의 유명 업체들이 보내는 이메일 정보는 양반이다. 메일 맨 앞머리나 끝 부분에 구독신청을 해지하는 방법을 적어놓았거나 관련 주소를 연결(Link)해 두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에는 이런 대목의 서비스에 아직 약하다(사실은 '불친절하다'라거나 '무신경하다'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맞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해지할 수 있는지 오리무중일 때가 많다. 회신(Reply) 버튼을 누른 뒤, 사연을 적는 난에 "더이상 구독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 이메일 주소를 삭제해 주십시오"라고 쓰고 전송(Send) 버튼을 눌러 보지만 여간해서는 먹혀들지를 않는다. 짜증스러울 지경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사정조차 음란물 사이트의 이메일 공세에 견주면 온건하기 그지 없다는 사실이다.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더라도 내 이메일 주소를 알려줬다면 거의 스팸(Spam·수많은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이메일을 보내는 일종의 '이메일 폭탄')에 가까운 시달림을 감수해야 한다. 심한 경우 해당 이메일 계정을 폐기처분해야 할 정도다. 음란물 사이트들은, '유유상종'이나 '초록은 동색'이라는 등의 속담을 어쩌면 그리도 충실히 따르는지, 동업자들끼리 이메일 주소를 공유, 두손 꼭 잡고 이메일 공습을 계속한다. 'XXX' 'Hot Hot Hot!' 'Cool!' 'Absolutely Free Pics!' 같은 자극적인 제목들을 달고서 말이다.
이러한 우편물 홍수에 대응하는 가장 초보적인 방법은 ①무엇보다 '구독신청'을 신중히 하라는 것이다. ②또 내게 온 메일이라고 무턱대고 열어볼 것이 아니라 - 요즘 이메일을 이용해 유포되는 바이러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 내게 중요한 키워드를 정해 두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담은 메일인지 점검하는 것도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불행하게도 '스팸'을 완벽하게 구별해 낼 수 있는 방안은 아직 없다. 여러 메일 서비스 회사들에서 관련 주소를 차단하거나 삭제하는 식으로 스팸 메일을 막으려 하지만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 선택 기능이나 추가 기능을 통해 몇 가지 키워드나 기준을 제시, 불필요한 메일을 사전에 자동 제거하는 부분적인 해결책이 있을 뿐이다.
다음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권하는 이메일 사용법이다.
△ 이메일을 받는 즉시 처리하라. 읽고, 지우라(혹은 필요한 사람에게 중계하라). 메일박스는 늘 깨끗이 비워두라. 아마 주변에서 "자료 모으기보다 버리기가 훨씬 더 어렵다"라는 말을 적지 않게 들었을 것이다. 정보 범람 사회의 금언 중 하나는 '잘 버려라'라는 것이다.
△ 당신의 이메일 주소를 '보물'처럼 여겨라. 명함에는 이메일 주소를 적지 말라. 만약 적어야 한다면 공식적인 이메일 주소만 적어라. 당신만의 개인 이메일 주소를 따로 만들어 두고, 가까운 사람들 외에는 알려주지 말라.
△ 아침, 점심, 늦은 오후 등으로 이메일 점검 시간을 따로 정해두라. 이메일이 왔나 안왔나 하고 기웃기웃 하다가는 하루를 공치는 수가 있다.
△ 당신 자신부터 불필요한 우편은 보내지 말고, 응답할 때는 가능한 한 간단하게 하라.
△ "응답 불필요(No Reply Necessary)" 같은 메시지를 편지 끝에 적는 방법으로 불필요한 응답이 오는 것을 미리 막아라. 유비무환이라고나 할까.
김상현<동아닷컴 기자>dot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