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 열풍’의 진원지는 디지털경제 전도사를 자임하는 이헌재(李憲宰)장관. 1월 14일 취임한 이장관은 취임일성으로 “20년 만에 돌아와 보니 공무원들의 생각과 행동은 옛날 그대로다”며 “디지털시대에 걸맞게 공무원의 외양과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장관은 우선 간부회의를 통해 “공무원이라고 해서 까만 양복과 하얀 와이셔츠만 입어서야 되겠느냐”며 “콤비도 입고 파란 와이셔츠도 입어라”며 천편일률적인 복장의 개선을 주문했다. 공무원들의 뿔테안경도 촌스럽다는 게 이장관의 생각.
이장관 본인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줄무늬 와이셔츠를 입는 등 솔선수범(?)하는 중이다. 이를 본 국장 중 일부는 눈치 빠르게 파란 와이셔츠에 노란 넥타이를 매고 출근했다. 국장 몇명은 테 없는 안경으로 바꿨다.
이장관의 두번째 주문은 ‘생각을 디지털화하라’는 것. 국 과장 방에는 디지털이나 인터넷관련 책자가 갑자기 늘어났다. 신임장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정복은 국 과장들의 필수과목이 된 것.
게다가 이장관은 “웬만한 결재는 전자결재로 대체하고 지시사항도 E메일로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급한 대로 1개월짜리 인터넷 교육에 들어가기로 했다.
14일부터 한달간 매주 1∼2회씩 외부강사를 초청하여 강의를 받기로 한 것. 재경부 모 간부는 “강의시간이 오전 7시경부터여서 술자리도 줄여야 할 판”이라며 “이번 기회에 인터넷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말하기도.
재경부 직원들은 일단 이같은 ‘바꿔 열풍’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벤처붐에서 확인된 시대적 변화에 뒤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가 공무원의 의식과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많다. 재경부는 2년 전인 98년에 동아일보사가 실시한 ‘정부 정보화지수 평가’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한 전력을 갖고 있다. 당시 한 간부는 “전자결재 같은 것은 몰라도 된다”고 말해 재경부 간부들의 정보화마인드가 어느 수준인지를 드러냈다. 이장관과 간부들이 스스로 디지털화하지 않으면 ‘바꿔 열풍’은 유행성 열병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