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法 출발부터 '삐걱'…민간단체 정부독점에 반발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6분


9일부터 뇌사인정과 장기이식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장기이식법이 발효됐다.

그러나 장기이식의 정부 독점에 항의하는 민간단체의 반발로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민간단체인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는 법 발효 하루전인 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한 2건의 신장이식 수술을 주선했다. 특히 이중 한 건은 법 발효 직전인 8일 오후 11시10분에 수술이 시작됐다.

이는 장기이식의 ‘불법화’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장기이식 독점에 항의하는 일종의 ‘시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법발효 이후부터 장기이식센터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장기이식을 실시할 경우 기증한 사람은 최고 2년의 징역이나 1000만원의 벌금을 받게 된다. 또 장기 이식대상자를 선정한 사람도 최고 5년의 징역이나 30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지는 등 처벌이 크게 강화된다.

장기이식의 정부 독점을 둘러싼 이같은 민간단체와의 갈등은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7개국이 뇌사인정을 합법화하고 있지만 장기이식을 정부가 독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기 때문. 미국의 경우 일종의 민간 네트워크인 장기배분기구(UNOS)가, 일본에서는 정부가 지정한 장기알선업체가 장기이식을 주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동안 장기이식의 불모지였던 국내에서 장기이식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사실상 합법적 장기이식의 길을 터온 민간단체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장기이식 활성화의 일등공신이었던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는 그동안 “정부가 장기이식을 독점하는 나라는 없다”며 장기이식관리센터를 민간단체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해 왔었다. 장기기증운동본부측은 “장기이식은 기증자의 자발적 의사가 중요한데 정부가 장기이식을 독점하면 기증자가 크게 줄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장기이식 알선은 인간의 생명에 관계된 만큼 엄격한 관리와 통제가 필요하며 일부 민간단체에서 장기이식을 빌미로 이식대상자에게 보로금을 받는 등 물의가 일고 있어 정부가 관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출범한 장기이식 총괄 기구인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현재까지 2037명의 이식대기자가 등록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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