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영화 같은 장면이 곧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미국 사이언스데일리(www.sciencedaily.com)는 전자현미경을 통해 볼 수 있는 원자나 분자크기를 조작해 초소형 로봇을 만드는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MEMS는 나노테크놀로지를 실현하기 위한 전단계 기술. 나노는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로 1나노m는 10억분의 1m(머리카락 굵기의 5만분의 1 정도)을 뜻하지만 원자 분자단위의 ‘초미세’ 상태를 통칭하는 용어다. 나노테크놀로지는 최근 동력을 갖춘 마이크로엔진과 빛에 반응하는 시스템, 그리고 반도체처럼 전기를 통했다가 차단하는 시스템 등으로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로봇으로 통칭되는 MEMS는 가장 먼저 의학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혈관과 세포 사이를 자체동력으로 돌아다니면서 암세포 등을 집중공격하는 로봇개발이 고려되고 있다. 동력은 화학적 혹은 광학적인 반응에 의해 조달될 것으로 보인다.
MEMS는 자동차 에어백 센서로도 응용될 전망. MEMS 기계센서는 톱니바퀴 하나가 수십만분의 1m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세한 움직임에도 즉각 반응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순간적 충격에 반응해야 하는 에어백에는 ‘안성맞춤’인 셈. 미국 국방부는 이같은 미세한 반응을 응용한 센서 로봇을 군사작전에 투입하겠다는 방침. MEMS를 눈에 띄지 않는 특정지점에 ‘매복’해놓으면 적이 지나갈 때 생기는 소리나 기류의 변화 냄새 등을 감지해 신호를 보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스탠퍼드대 기계공학과 조경재교수팀은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민감도가 기존의 센서보다 1000배이상 뛰어난 나노 가스감지센서를 이달초 개발하기도 했다. 조교수는 “이 센서가 생화학무기나 지뢰 대기오염물질 탐지 등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MEMS는 이밖에도 무궁무진한 응용이 기대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건강문제는 물론 식량해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용이 예상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산디아국립연구소를 중심으로 국방부와 록히드마틴 등 기업, 그리고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 등 대학이 MEMS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부 주도로 서울대와 삼성종합기술원 등이 기억매체로 활용 가능한 나노자성체 개발과 센서를 이용한 마이크로로봇 개발 등 나노테크놀로지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