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페이스社, 체성분 분석기 '인바디' 개발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1분


러닝 머신처럼 생긴 기계에 올라서서 줄넘기 손잡이 모양을 양 손에 쥐면 기계 액정화면에순식간에 몇 개의 그래프가 그려진다. 이렇게 2분쯤 지나면 기계는 프린트 한 장을 뱉어낸다. 몸무게에서부터 체지방율 비만도까지 불과 2분만에 ‘건강진단’을 해주는 것.

바이오스페이스가 만든 체성분 분석기 ‘인바디(InBody)는 온 몸 구석구석을 적나라하게 훑어주는 신체 분석기다. 사람의 몸에 전류를 통해 그 저항값으로 몸 상태를 진단하는 간단한 원리지만 신체상태에 대한 종합분석이 이뤄진다.

체중 대비 근육량은 적당한지, 복부비만도는 얼마나 되는지, 몸 속의 수분량은 어느 정도인지 등 신체균형 및 영양상태 등을 순식간에 알 수 있다. 몸무게 중 뼈가 차지하는 비중까지 알 수 있어 골다공증 진단에도 이용된다. 지금까지 병원에서 사용해온 외제 분석기들이 근육량이나 체지방 등 부분적인 측정만 했던 것에 비하면 가히 획기적이랄 수 있다.

기업인이라기보다 공부벌레 같은 인상의 차기철 사장(42)은 공학박사 출신. 연세대를 나와 한국과학기술원 석사를 거쳐 미국 유타대에서 생체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하버드의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인바디’ 개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비만치료에만 연간 200조원을 쓰는 미국 비만시장의 급성장 추세 속에서 생각해낸 것이었다.

95년 귀국한 차사장은 바로 회사를 세웠고 전자공학과 디자인을 전공한 4명의 20대 젊은이들과 함께 8개월 동안 새벽 3시까지 합숙하며 개발에 매달렸다. 인바디는 96년 시장에 나오자마자 대단한 선풍을 일으켰다.

일단 일본제품들이 점령해온 시장에서 외제들을 밀어냈다. 외국 업체들은 예상치 못한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에 당황해 하면서 가격을 내리는 등 대응했지만 결국 한국시장을 포기하고 철수하는 업체가 잇따랐다.

영동세브란스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외제보다 정밀도가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왔고 이 결과가 미국 응용 생리학회지에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인바디는 현재 미국 하버드의대와 컬럼비아의대, 연세대의대, 고대 체육과, 이화여대병원, 한국체육과학연구원 등 국내외에 600대 가량 팔려나갔다.

대당 가격은 1800만원으로 외제보다도 높은 고가. 그러나 덤핑과 리베이트가 흔한 의료기기 시장에서 바이오스페이스는 ‘값을 깍아주지 않는 회사’로 유명하다. 그만큼 제품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뜻.

제품 수출 뿐 아니라 일본의 중견 저울업체인 야마토에 체성분 분석기의 핵심기술을 이전키로 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20억원의 로열티를 먼저 받고 추가로 매년 야마토사가 올리는 매출액의 2%를 8년간 받는 조건이다.

차사장은 “앞으로는 헬스클럽 등에 설치되는 대중용과 가정용을 보급해 안방에서 간단하게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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