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는 29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인터넷국제회의(APRICOT 2000)에서 중국의 CNIC, 일본의 JPNIC와 협의해 도메인을 각국의 고유문자로 표기하고 이를 상호 교류하는 기술표준안을 공동 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각국의 NIC는 국적 도메인을 할당해 관리하는 국가 공인기관이다.
KRNIC는 이에 앞서 지난 주 말 서울에서 기술위원회를 열어 중국 일본측과 기술적 문제점을 검토했으며 3국 사용자가 고유문자로 도메인을 입력하더라도 상대국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되도록 하는 호환기술 개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RNIC 네임분과위원회 이동만의장(정보통신대학원대학 교수)은 이와 관련해 “그동안 인터넷은 도메인을 포함해 영어가 사실상 ‘공용어’ 역할을 해왔다”며 “그러나 인터넷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각국의 문자와 문화를 존중할 필요성이 커졌으며 이에 따라 도메인의 한글 및 한자표기가 공동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의장은 또 “한중일 3국은 이번 합의 내용을 다음달 6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개최되는 인터넷도메인협의체(ICANN) 회의에서 발표하고 인터넷 기술기준 국제기구인 인터넷엔지니어링태스크포스(IETF)에 관련 규정의 개정을 요구해 이르면 9월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IETF는 현재 인터넷 도메인을 영어와 숫자 기호만을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 인터넷 성장시장으로 꼽히는 한국 중국 일본이 도메인의 고유문자 표기를 공동 추진할 경우 유럽국가들까지 이에 가세하게 돼 지금까지 영어 일색이던 인터넷 관련 각종 기준과 규정에 대한 개정 요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도메인 한글표기가 가능해지면 그동안 ‘www.donga.com’을 쳐야 했던 동아일보사의 경우 앞으로 ‘동아일보.회사.한국’을 쳐서 연결이 가능해지는 등 도메인 주소의 기억과 이용이 훨씬 쉬워진다.
인터넷 도메인의 고유문자 표기는 2년전 싱가포르에서 제안되면서 일부 기업이 상업적으로 서비스중이다. 국가적으로는 중국이 작년 말 처음으로 도메인 한자표기를 공식화했으며 일본도 와세다대를 중심으로 일본어 표기를 추진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