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롯데는 신동빈부회장을 내세워 ‘롯데닷컴’이란 회사를 출범시켜 유통업계에 한바탕 큰 변화를 예고했다. 롯데닷컴 강현구이사는 최근 “롯데인터넷백화점과 헬로서울 등 그룹 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합하고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을 최일선 물류기지로 활용해 인터넷 쇼핑시장의 선두에 서겠다”고 말했다.
롯데 세븐일레븐은 이를 위해 작년 덩치가 배인 편의점업체 로손을 인수해 편의점 수를 500개 이상으로 늘렸으며 1, 2년 내로 100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
롯데의 전략은 일본 세븐일레븐이 올 2월 ‘세븐드림닷컴’이란 회사를 만들고 전자상거래에 뛰어든 것과 궤를 같이한다. 강이사는 “국내 편의점도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일본처럼 은행예금도 찾고 공공요금도 납부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면서 “편의점의 이같은 특성을 이용해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건을 원하는 시간에 찾아갈 수 있는 ‘픽업센터’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수년 전에 시작된 할인점 경쟁에서는 롯데를 압도했으나 인터넷 쇼핑에서도 과연 그럴 것인지 긴장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선복이사는 “인터넷 매출은 아직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오프라인의 1%에도 미치지 못해 본격적으로 돈을 쏟아부을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다만 적절한 투자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국내외 사례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롯데나 신세계가 본격적인 인터넷 사업에 대비해 택배부문을 보강하기 위해 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돌고 있다.
그렇지만 인터넷 쇼핑시대의 승자는 이들 전통적인 유통업체가 아니라 온라인으로만 성장하고 있는 삼성몰이나 LG홈쇼핑 등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한 해석.
작년 인터넷을 통한 판매만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72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삼성몰은 최근 택배회사인 HTH의 지분을 전격 인수, 경영권을 획득함으로써 인터넷 상점의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TV 전화 인터넷 등을 망라한 무점포유통 분야에서 작년 국내 최대인 3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LG홈쇼핑의 최준E커머스팀장은 “국내에서 현재 가장 큰 체인망을 갖고 있는 LG25, LG주유소 등과도 제휴한다면 롯데가 구상하고 있는 것에 못지않은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판매회사 디투디를 운영하는 SK상사는 작년 휴대전화 판매업체인 SK유통을 합병한 데 이어 7월 주유소 운영업체인 SK에너지판매를 합병한다. SK 유승렬구조조정본부장은 “SK유통의 011 대리점과 SK에너지판매의 SK주유소를 활용, 인터넷 쇼핑과 관련한 새로운 유통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호그룹은 94년 계열 택배회사인 금호특송을 넘겨받은 현대택배가 최근 택배부문에서 대한통운 한진 등을 능가할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씁쓰레한 표정.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는 고속버스회사나 항공사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택배사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반을 갖추고 있는데 금호특송을 매각한 것은 전자상거래에 진출할 수 있는 한쪽 다리를 잃어버린 것과 같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영빈수석연구원은 “상점에서 집까지 물건을 운반하는 일은 전통적으로 고객의 몫이었지만 전자상거래에서는 상점의 몫이 된다”며 “유통과 물류의 결합이 앞으로 인터넷 상점의 성패를 좌우하고 유통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예측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