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은 회진 때 숨을 죽인다. 환자가 제때 검사나 시술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 ‘매 앞의 토끼’가 돼야 한다. 묻는 것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눈물이 뚝뚝 나도록 불호령을 내린다. 환자에게도 늘 무심한 듯한 눈빛이다.
그러나 지척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눈에 다양한 표정이 서려 있다고 말한다. 환자에게 탈이 나면 눈에 기운이 없어지며 병원 직원이나 간호사들에겐 늘 따뜻한 눈길이다.
아내 얘기에선 수줍은 눈이 된다. 부인 서계순씨(56)는 서울대 기악과 출신에 미국 미네소타대 금속공학과 수학, 한불 부인회 회장 등 경력의 팔방미인. 번역가로도 활동하는데 첫 작품은 헬렌 켈러와 그레이엄 벨박사의 우정을 다룬 ‘안녕하셔요, 벨박사님’.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 번역가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사람은 바로 김교수였다.
김교수는 부친의 성격을 닮았다. 부친은 1978년부터 11년 동안 서울대병원장을 맡으며 이 병원의 골격을 완성한 김홍기박사(81). 김박사는 원장에 임명되자 당장 교수직을 사표낼 정도로 원칙주의자이면서도 늘 신사적 풍모를 잃지 않았다.
김교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이비인후과 교수가 됐으며 지금도 중요한 결정 때엔 아버지의 조언을 구한다. 최근엔 김교수의 차남(32)도 이비인후과 의사의 길을 택했다.
그는 70년대말부터 만성중이염 환자 3000여명의 염증부위를 파내고 염증 탓에 녹아버린 이소골(耳小骨)을 대체할 신소재를 넣는 수술을 해왔다. 또 보청기로도 아무 것도 못 듣는 300여명에게 인공달팽이관 이식술로 ‘소리가 들리는 세상’을 선사했다.
“국내 선천성 농아는 약 5만명이고 매년 1000명이 생깁니다. 3세 이전에 수술받으면 청각언어중추가 생겨 70%가 정상생활을 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들리지 않는 것은 물론 글자를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아기가 손뼉이나 큰소리에 반응이 없으면 빨리 병원에서 검사받도록 해야 합니다.”
김교수는 신생아 출생 직후 청력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자신도 재작년 손자가 태어나자 검사받게 했다.
그는 또 ‘안면신경마비’나 갑자기 어지러우면서 안들리는 ‘돌발성 난청’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므로 빨리 이비인후과에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92년 대한이과연구회의 창설을 주도했고 국내에 신경이과학을 도입했다. 84년부터 매달 마지막 토요일 전국 150여명의 의사들을 모아 정보교류를 돕고 있다. 94년부터는 매년 서너차례 전국의 전공의들을 불러 나흘씩 해부실습을 갖고 있다.“해부용 시신 기증이 너무 적어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충분히 연습하지 못하면 그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가는데….”
그는 매일 아침 6시반 일어나 부인과 함께 10∼15분 스트레칭하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자신의 귀건강법에 대해서 묻자 “귀에는 전봇대보다 작은 것을 넣지 말라”는 속담을 소개했다. 귀지를 파낸다고 귀를 후비면 보호막이 닳으면서 염증이 생기기 십상이라는 것.
김교수는 테크노클럽 등 시끄러운 곳에서 몇 시간씩 있거나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귀를 죽이는 행위라고 말한다.
“대화소리는 60㏈, 공장의 기계 굉음은 100㏈인데 80㏈ 이상의 소리에 오래 노출되면 세포가 죽기 시작하고 비정상적 전류가 흐르면서 귀울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시끄러운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약국에서 귓구멍에 틀어막는 귀마개를 사서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어떻게 뽑았나
이비인후과의 베스트닥터로는 귀질환이 전공인 서울대의대 김종선교수가 선정됐다. 세부 영역별로 코질환에선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동헌종교수, 후두 및 두경부(頭頸部)질환에선 고려대안산병원 최종욱병원장이 뽑혔다.
이는 전국 16개 병원의 이비인후과 교수 및 전문의 64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다.
전체적으로는 김종선교수와 최종욱병원장, 서울대병원 김광현교수가 공동 1위로 선정돼도 무방할 만큼 고른 추천을 받았다. 특히 코질환에서는 40대 초반의 동교수가 서울대 민양기, 고려대 이상학교수 등 세계적 권위자나 국내 최고 임상경험을 자랑하는 하나이비인후과 박재훈원장보다 더 많은 추천을 받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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