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정통업체 "1등이 有罪…벗어나고파"

  • 입력 2000년 4월 20일 21시 06분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프로그램 V3로 유명해진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는 최근 한달간 직원 70명을 120명으로 늘리며 토털 보안솔루션 제공업체로 거듭 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안연구소는 최근 충격적인 소식에 접했다. 한 대형 시중은행이 보안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각 보안업체에 컨설팅 입찰 참가 제안서를 보냈지만 안연구소에만 보내지 않은 것.

안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3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이 프로젝트를 놓친 금전적 손실보다는 안연구소가 바이러스 백신프로그램 제작업체로만 인식되는 현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였다.

고정화된 이미지를 깨기 위해 안연구소는 사명에서 컴퓨터바이러스를 빼거나 아예 인터넷 도메인인 안랩(ahnlab)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또 보안분야에서 필요한 정보인증과 방화벽 등에서의 선두업체와 ‘보안동맹’을 꾸릴 계획도 있다.

안연구소처럼 정보통신업계의 각종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업체들이 사업다각화를 위한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예전에 쌓은 이미지가 너무 확고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그룹이 ‘정유업체’로 이미지가 굳어진 탓에 변신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인터넷 화면 형태를 네모형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주는 맞춤형 웹브라우저 ‘X2웹’으로 지난해 일본 소프트방크와 250억원의 독점수출 계약을 맺었던 CCR.

이 회사도 최근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영화예약 인터넷뱅킹 주식거래 등을 할 수 있는 각종 솔루션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맞춤형 웹브라우저 회사’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어떻게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까를 놓고 고심중이다.

이 회사 윤석호사장은 “2월에는 무선인터넷에 대한 세미나도 열고 PC 관련 여러 잡지에 무선인터넷에 대한 기사도 실렸지만 아직도 회사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PC통신 에뮬레이터 ‘이야기’로 인기를 끈 큰사람컴퓨터도 이번달부터 한국과 미국에서 통합메시징서비스(UMS)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워낙 ‘이야기’라는 제품 이미지가 강해 마케팅 프로모션에 애를 먹고 있다.

이와 관련, 웹컨설팅업체 인터네티즈 김상호팀장은 “회사 이미지를 바꿀 때 생기는 고민은 신규 사업을 벌이는 모든 기업이 안고 있다”며 “고정된 이미지를 깨려면 분사나 사명변경도 감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