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1테라는 1조)비트급의 높은 집적도를 가진 최첨단 탄소나노튜브 반도체의 실용화 기술이 서울대 물리학과 임지순(任志淳·48)교수와 그의 제자 최형준(崔炯俊·30)박사에 의해 개발된 것.
임교수 등은 미국의 유명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4월21일자에 게재된 ‘세계 최소형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 제작 기술 연구논문’을 통해 지금보다 집적도가 1만배나 높은 반도체의 제작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반도체 제조 가능성은 수년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소개됐지만 이 기술을 이용해 실용화가 가능한 시제품을 만든 것은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그동안 시도된 방법은 탄소나노튜브에 금속을 붙여 만들었기 때문에 기존의 트랜지스터와 크기에서 별 차이가 없어 실용화되지 못했었다.
논문은 2개의 탄소나노튜브를 십자모양으로 서로 걸치게 배열함으로써 10평방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의 면적에 완벽한 성능의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를 만든 실험결과를 소개했다. 10평방나노미터는 1㎠의 1조분의 1 넓이로 반도체 회로로 따지면 현재 회로선폭이 가장 작은 반도체 소자의 약 1만분의 1크기 밖에 안되는 것으로 이 트랜지스터를 칩위에 모아 놓으면 반도체가 된다.
임교수는 “나노튜브를 십자로 겹쳐놓으면 서로 힘이 작용해서 전기가 많이 흐를 수 있는 것을 이론적으로 계산해 미국 버클리대 연구진에게 건네줬고 실험은 이 계산에 따라 진행됐다”면서 “이번 실험성공을 계기로 앞으로 반도체 제작의 원료가 되는 나노튜브를 수없이 많이 만들어서 모으는 기술분야 연구가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임교수는 “그러나 현재의 실리콘을 이용한 기술로 더 이상 집적도가 높은 반도체 생산이 한계에 이를 2010년경에 가서야 탄소나노튜브반도체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만으로 이뤄진 나노미터 굵기의 대롱 모양의 물질.
탄소원자가 3개씩 결합해 벌집 모양의 구조를 갖게 된 탄소평면이 도르르 말려서 튜브모양이 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탄소나노튜브는 그 튜브의 지름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도체가 되기도 하고 반도체가 되는 성질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차세대 반도체 물질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