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신세기 인수 안팎]'移通공룡' 독점논란 예고

  • 입력 2000년 4월 26일 19시 22분


‘독점의 폐해냐, 효율성 증대냐.’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승인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놓고 고심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침내 ‘해법’을 내놓았다.

양쪽을 절묘하게 절충한 듯한 해법이지만 경쟁업체들은 SK측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공룡’의 출현으로 이동통신시장은 IMT 2000사업자 선정과 맞물려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됐다.

▽왜 허용했나〓공정위는 이동전화 시장의 특수한 상황을 들고 있다.

급격한 기술발달과 통신망의 교체 등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특성을 충분히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동전화 5개사의 99년말까지 투자액은 9조7000억원. 특히 올해 말에는 IMT 2000사업자가 선정되고 내년부터는 이를 위한 설비투자에 들어가야 한다. 공정위는 이 사업에 각 사별로 3조5000억∼5조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중복투자를 피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놓았다.

또 한가지는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 이달 12일 영국의 보다폰 에어터치가 독일의 만네스만을 인수했고 미국에서는 98년 월드컴이 MCI를 인수했다. 공정위는 “양사의 교환기 기지국 등 기존 통신망 통합, 향후 중복투자의 회피, 가입자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업체들은 반발〓한통프리텔 LG텔레콤 한솔엠닷컴 등 SK텔레콤의 경쟁업체에서는 “사실상 SK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

이들 업체는 “내년 6월말까지 1년간만 한시적으로 점유율 제한을 둔 것은 사실 별 소용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57%의 점유율을 50%로 낮추는 것은 불량 가입자들을 정리하는 등 자체적인 내실화를 통해 충분하고 내년 7월 이후 SK가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으로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얘기다.

경쟁업체들은 또 “외국의 경우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3위 사업자를 흡수 합병해 시장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높인 것에 승인한 사례가 없음에도 공정위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를 승인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공정위 결정 직후 회의를 열고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곧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SK측도 나름대로 불만이 많다.“인위적인 점유율 억제는 사실상 기업결합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SK가 향후 IMT 2000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 것은 사실이다.

▽사후 승인제에도 문제〓공정위의 기업결합 사후승인제도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에 수개월씩 걸리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96년 이후 사후승인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애를 낳고 나서 결혼을 승낙해 달라’는 식의 사태 앞에서는 마땅한 제재 방안이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외부에 용역을 줘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재·이훈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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