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늘려? 당장 수익내?…인터넷기업 CEO들 고민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33분


인터넷기업 최고경영자들이 투자확대와 수익성제고를 놓고 우선순위 결정에 고민하고 있다.

‘인터넷기업 거품론’이 대두되면서 투자자들이 미래가치보다 당장 수익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당장 투자할 곳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올 3,4월 광고 선전비로 13억원을 썼지만 앞으로 광고비를 얼마나 더 쓸 것인지 정하지 못하고 있다. 회원들을 뺏기지 않으려면 광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지출이 늘면 순이익 규모가 줄기 때문. 회원이 늘어남에 따라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용량도 큰 것으로 바꾸고 싶지만 같은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

이 회사 이재웅사장은 “지난해 다음이 올린 매출액은 77억원, 당기순이익은 89억원이지만 올해 목표를 얼마로 잡을지 지금도 말하기 어렵다”며 “수익을 내달라는 투자자의 주문이 많아 계획을 매일 바꾸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은 “오프라인 업체도 공장을 짓고 바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처럼 인터넷 업체도 회원과 트래픽이라는 ‘설비’를 갖춘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기업협회장인 옥션 이금룡사장도 최근 투자와 수익 사이에서 갈등하는 회원사 대표에게 “한국에서 진정한 의미의 인터넷산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시장형성을 해야 하는 초기단계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적자의 주범’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이사장은 “수익이 없는 회사는 당연히 망해야 하지만 초기단계인 지금 수익을 내는 업체는 ‘선’, 못 내는 기업은 ‘악’으로 몰아붙이는 이분법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새롬기술 직원들도 ‘왜 당장 수익을 못 내느냐’는 주주의 주문이 곤혹스럽다. “인터넷 무료전화 다이얼패드가 국내에 소개된 지 3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답하지만 투자액을 늘리는 데는 망설이고 있다.

이와 관련, 컨설팅업체 김종범이사는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없는지 인터넷업체의 옥석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일의 더 큰 결실을 위해 지금 당장의 손해를 감내하는 투자자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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