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풍취가 물씬 풍기는 이름이지만 디지털 시대를 이끄는 정보통신 벤처업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복전회(02-527-0792·www.kyongbock.com)는 경복고 전산인 모임에서 ‘복’자와 ‘전’자를 따와 만든 것이다. 복전회는 86년부터 모임을 갖기 시작해 현재 600여명의 회원을 헤아리고 있다. 서울벤처밸리의 경복고 인맥은 막강하다. 회원 가운데 임원급 이상 최고경영자만 줄잡아 300여명을 웃돈다.
이희열 키미데이타 사장(복전회 회장)을 비롯, 강병제 한국오라클사장 이웅근 서울시스템사장 조선형 왕글로벌코리아사장 등이 ‘경복맨’이다. 김찬규 택산전자회장 정규석 데이콤사장 김익래 다우기술회장 강병제 한국오라클사장 여인갑 한국지멘스정보통신사장 김재민 한국유니시스사장 등도 IT업계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회원이다. 업계 관련 회의를 열면 한 자리 건너 경복맨일 정도다.
화정회(02-525-5718·www.hwajung.org)는 경기중고교 동문이면서 IT업계 종사자들로 이뤄진 사교모임. 경기고가 원래 위치했던 화동의 ‘화’자와 정보통신의 ‘정’자를 합쳐 이름을 만들었다. 470여명의 회원들 중엔 신세기통신 정태기사장(화정회 회장)을 비롯, 윤재철 한솔텔레콤사장 안경수 한국후지쯔사장 이상철 전 한국통신프리텔사장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사장 등의 인사들이 눈에 띈다.
복전회와 화정회 모두 그리 자주 만나지 않는다. 정기모임은 1년에 한두 번씩 갖는 정도이고 주제별 포럼을 통해 사업아이디어와 정보를 교환한다. 그래서 서로 업무 때문에 잘 알던 사람들끼리 나중에 정기모임에서 만나 선후배임을 뒤늦게 확인하는 일이 흔하다.
두 모임이 정보기술(IT)업계에서 유독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꼭 집어서 설명하기 어렵다. 자신들도 “왜 그렇게 이쪽으로 많이들 몰려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학연을 따져 서로 끌어주고 당겨준 것도 아니다. 똘똘 뭉쳐 배타적인 성향을 보였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을 것이지만 지금 복전회나 화정회를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두 모임 관계 인사들은 ‘아마 학풍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