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닥터의 건강학]담도췌장질환 분야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53분


▼어떻게 뽑았나▼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김명환, 순천향대병원 심찬섭, 서울대병원 윤용범교수(가나다 순)가 담도췌장질환 부문 베스트닥터로 공동선정됐다.

전국 15개 병원의 소화기내과 및 일반외과에서 담췌장을 진료하는 전문의 5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다.

지금까지 15차례에 걸친 베스트닥터 설문에서 1∼3위가 오차범위 안에 들어있어 공동1위에 오른 경우는 있었지만 세 사람이 똑같은 점수를 받기는 처음. 세 교수의 인터뷰를 똑같이 게재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연세대의대 신촌 세브란스병원 강진경원장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김명환 심찬섭 윤용범교수는 "강원장은 담췌장 분야의 베스트닥터로 단독 선정돼도 손색없는 의사"라며 "다만 현재 병원장으로 행정업무에 신경을 쓰고 있어 환자를 덜 본다는 점 때문에 추천을 덜 받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장은 1973년 국내 처음으로 췌담도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필수적인 '내시경에 의한 췌담도 조영술'을 실시해 이 질환치료에 발판을 마련한 '거물'.

이 밖에 △홍성화(경희대) △김용태(서울대) △김응국(가톨릭대 여의도성모) △김진홍(아주대) △김병로(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양웅석(부산대) △동석호(경희대) △한덕종(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이성구(〃) △박영민교수(가톨릭대 강남성모)가 고른 추천을 받았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서울중앙병원 김명환 교수/가족들과 공차며 땀흘리죠▼

'호사유피(虎死留皮), 의사유문(醫師留文)'.

서울중앙병원 김명환교수(45)의 직업관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 의사는 좋은 논문을 남겨 다른 의사의 진료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뜻.

논문에 대한 그의 집착은 남다르다. 몇 년전 가족과 함께 스키장에 휴가갔을 때도 사흘내내 방에 틀어박혀 영어 논문 한편을 완성했다.

"스키는 못타도 논문을 완성했다는 희열감에 몸이 날아갈 듯 가뿐했습니다."

그가 이끄는 췌장 담도팀은 최근 5년 동안 권위있는 외국 저널에 30편이 넘는 논문을 실었다. 그의 팀이 지난해 시술한 1500여건의 내시경 치료건수는 세계적인 췌담도 클리닉의 실적과 맞먹는 숫자.

이같은 실적을 인정받아 김교수팀은 미국 소화기 내시경학회에서 주는 최고의 상인 '시청각 논문상'을 지난해와 올해 연거퍼 수상했다.

담낭 담석은 아무런 증상이 없으면 놔두는 것이 정설. 담도염이나 간경화의 원인인 담도 담석은 발견 즉시 치료해야 한다.

내시경으로 담석을 제거하는 '담도경 수술'이 보편적 치료법. 김교수가 간내 담도 담석을 이 방법으로 없앤 성공률은 98%에 이른다.

간 일부에 몰린 담석은 간을 잘라내는 외과적 수술로 해결하고 간 전체에 흩어져 수술이 어려운 난치성 색소담석은 담도경 수술과 용해제 치료를 병행한다.

이전의 용해제는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90% 이상인 순수 콜레스테롤 담석에만 효과가 있는데 비해 국내 콜레스테롤 담석의 80%는 비순수 콜레스테롤 담석.

이 비순수 콜레스테롤 담석 제거에 효과적인 난치성 색소담석 용해제를 1998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사람도 김교수였다.

그에게 특별한 건강법은 없다. 매주 일요일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부친과 형 남동생 등 남자식구 9명이 모여 공을 차는 것이 운동의 전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면서 정신건강을 챙긴다. 식사는 육류보다 채식에 비중을 두고 담백한 전통 한식을 즐긴다. 담배는 안하고 술은 포도주 한 잔 정도.

<이호갑기자>gdt.donga.com

▼순천향대병원 심찬섭 교수/화초 돌보며 마음 가다듬어▼

순천향대 소화기병센터의 '보스' 심찬섭교수(51)는 목소리가 낮고 부드럽다.

매일 아침7시 러닝머신에서 10분 동안 뛰기 전 옥상에서 화초를 돌보며 마음을 가다듬기 때문일까. 그는 또 되도록 화내지 않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그는 사실 자기 자신은 모질게 내몰아왔다. 지방대인 전남대 출신이어서 더러 견제와 무시도 받았지만 오로지 노력으로 우뚝 섰다.

1982∼83년 일본 연수를 마치고 귀국해 '교수는 해를 등지고 집에 가선 안된다'는 말을 줄곧 실천해 왔으며 과로로 입원한 적도 적지 않다.

주위에선 '그런다고 알아주나' '곧 그만 두겠지'하며 수근댔지만 결국 모두들 인정하는 위치에 섰다.

1995년부터 매년 두 번 열고 있는 심포지엄엔 300∼500명의 의사들이 몰려와 그의 강의를 듣는다.

심교수는 담도 췌장질환에 치료내시경을 도입해 널리 전파시킨 '1세대'.

1986년 담도에 번진 암덩이 탓에 쓸개즙이 내려오지 못하고 황달이 생긴 환자에게 내시경을 이용, 배액관(排液管)을 넣어 즙을 빼내는 시술을 국내에서 처음 시작했다.

이 시술은 환자를 완치시키지는 못하지만 환자의 고통을 덜어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

1995년엔 신소재의 배액관을 개발해 유럽내시경학회에 발표하기도 했다.

심교수는 1988년 내시경으로 간내 담석을 부숴 꺼내는 시술을 시작했고 내시경 안에 내시경이 들어가는 모자(母子)내시경을 도입했다.

심교수는 "담석을 요로결석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은데 맥주나 물을 많이 마시거나 초음파를 쏜다고 빠져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담석증 환자는 △규칙적으로 골고루 먹고 △기름기나 향신료가 많은 음식, 알코올 카페인 탄산음료를 피하며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

칼슘이 풍부한 멸치 우유 시금치 등은 먹어도 상관없다.

심교수는 "흡연과 과음이 췌장염의 주원인이지만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1년에 한번씩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서울대병원 윤용범 교수/새벽마다 5분동안 맨손체조▼

서울대병원에서 윤용범교수(53)와 마주친 젊은 의사들은 일단 걸음을 멈추고 옷매무새를 살핀다.

단정한 옷차림이 아니면 혼쭐이 나기 때문이다.

"흰 가운은 폼이 아닙니다. 환자나 그 가족에게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의 표현입니다."

엘리베이터내에서 웃거나 떠들었다가는 그 자리에서 내려야 한다. 윤교수의 눈에는 환자를 배려하지 않는 경솔한 행동으로 비춰지므로.

윤교수는 담로췌장 부문 최고의 연구자로 꼽힌다. 1983년 한국인의 담석 성분을 분석, 우리나라 도시에서 콜레스테롤 담석이 색소 담석보다 많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1988년 콜레스테롤 담석을 약물로 녹이는 방법을 도입했고 3년 뒤에는 초음파로 담석을 깨뜨리는 시술을 첫 시도.

최근에는 담도(膽道)암 췌장암을 일으키는 유전자에 대해 연구중이다.

윤교수는 "담 췌장 질환은 조기발견이 어렵다"고 말한다.

간과 위 아래 각각 숨어있어 발견이 어렵고 소화불량 위경련 명치 주위의 불쾌감 등 초기 증상이 신경성 위염과 비슷하기 때문.

특히 췌장암은 등이 아프고 체중이 감소하면 이미 말기로 1년내 95%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담낭에 찌꺼기가 단단히 뭉치면 담낭 담석. 급체 황달 소화불량 등이 초기 증상이지만 아무 증세가 없는 경우도 많다.

담도에 담석이 생기면 오한 발열을 자주 동반한다.

"민물고기 회를 통해 감염되는 간디스토마는 담도암의 원인입니다. 1년에 한번 구충제를 복용해야 간디스토마를 막을 수 있습니다."

건강한 담 췌장을 위해 윤교수는 서너 숟가락이라도 반드시 아침식사를 한다. 규칙적인 식사가 가장 중요한 까닭이다.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싱겁게 먹는다. 설렁탕을 먹을 때 소금을 치지 않을 정도. 담배는 안피우고 술은 두주불사지만 강술은 사절.

아침마다 오전 6시전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심호흡을 한 뒤 5분정도 맨손체조를 한다.

병원 8∼12층 내과 병동을 다닐 때 걸어다니는 것도 그의 건강법이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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