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시장의 최대 이슈인 한솔엠닷컴(사장 정의진)을 둘러싼 한국통신과 LG텔레콤의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
정의진 사장은 10일 “그동안 한국통신 LG텔레콤과 각각 매각을 위한 협상을 벌여왔지만 양측이 제시한 가격이 기대에 크게 못미쳐 지난달말 이후 협상이 중단된 상태”라며 “그동안 오갔던 모든 얘기가 원점으로 되돌아갔고 현재로서는 협상을 재개할 계획도 없다”고 못박았다.
정사장은 2일 사내 메일을 통해 매각 협상 중단 과정을 사원들에게 설명하고 그동안 매각설로 인해 무너진 영업망과 직원들의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서 이날 임원과 팀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한솔엠닷컴 매각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원인은 한솔측의 지나친 ‘줄다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솔측은 그동안 한국통신과 LG텔레콤을 ‘적절히’ 자극하면서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협상 과정이 장기화되면서 영업망이 무너지고 가입자수가 눈에 띄게 줄면서 한솔엠닷컴의 입장이 다급해졌고 이같은 상황은 오히려 한통과 LG텔레콤에 역이용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코스닥 시장마저 폭락함으로써 상황이 돌변했다.
한통측은 한솔에 매각 대금으로 보유중인 SK텔레콤 주식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LG텔레콤은 현찰을 제시했으나 가격이 한솔의 기대에 크게 못미쳐 결국 협상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협상에 적극적이었던 한국통신측은 공기업 민영화 추세에 걸맞지 않게 민간기업을 인수하려 한다는 부정적인 여론과 한솔이 요구하는 가격대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계산 때문에 협상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한솔엠닷컴의 향배에 대해 업계에서는 앞으로 상당히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결국 매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솔그룹의 의사와는 별개로 한솔의 최대주주인 벨캐나다측이 이미 매각을 공식화한 만큼 매각을 통해서 투자 이익을 확보하려 할 것이고 연말로 예정된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어떤 형태로든 회사의 위상이 재정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솔엠닷컴은 일단 신세기통신을 인수한 SK텔레콤이 내년 6월까지 시장 점유율을 50%로 낮춰야 하기 때문에 이 기회를 이용,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시간적 여유를 갖고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솔측은 또 IMT2000사업권 획득을 선언한 SK-신세기 하나로-온세 한국통신-한통프리텔 LG-데이콤 등 각 컨소시엄들과 접촉을 갖고 구체적인 참여 방법 등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