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호주머니 돈을 털어 자본금 2000만원을 모으고 아는 사람의 사무실에서 책상 두 개를 빌려 사업을 시작한 이들은 ‘1년 안에 6만벌을 팔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는 목표로 낮에는 각자 회사에서 일하다가 퇴근 후 모여머리를 맞대고 사업구상에 골몰했다.
특히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단순한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아닌,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고 자체적인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개발하기 위해 밤을 새웠다. 또 티셔츠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동대문 시장에서 원단을 사다가 태릉까지 가서 자수를 하고 강남에서 싸다고 소문난 업체에 포장을 맡기는 등 너나할 것없이 뛰어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밤샘 준비 작업 끝에 첫 번째 티셔츠가 나왔지만 ‘원단 불량’. 실망이 크긴 했지만 ‘돈을 벌지 못해도 제대로 된 온라인 브랜드를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 때문에 잇따라 나온 2, 3종의 티셔츠도 소각했다.
이후 홍익인터넷 이승민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무보수로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백수정 신용준씨 등도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티샷’에 합류했다. 산고 끝에 초기 자본금 전액을 털어 만든 ‘티샷 오리지널 로고 티셔츠’ 1000벌이 나왔다. 그러나 한달 동안 불과 30벌을 판매하는 불운을 겪었고 사이트 오픈 이벤트로 야심차게 기획했던 ‘개그맨 전유성이 만든 티셔츠’도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파격적인 디자인의 티셔츠를 판매한다는 사실이 입소문으로 네티즌들 사이에 퍼지면서 사이트의 인기는 차츰 높아졌고 영화 ‘거짓말’ 상영 지지 티셔츠와 프로골퍼 김미현의 경기복 티셔츠, 영화 ‘러브’의 홍보 티셔츠, 이현세 만화 티셔츠 등 활발한 ‘이슈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면서 티샷의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했다. 고양이 로고가 박힌 ‘고양이별 특공대’ 티셔츠는 티샷의 히트 작품.
4월 현재 티샷의 월 매출액은 4억원. 티셔츠 단일 품목의 매출로는 엄청난 액수다. 직원도 25명으로 늘었고 LG인터넷의 마케팅 전문가 박민수씨(33)를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60억원.
창립 멤버인 여준영씨는 “고품질, 소량 다품종 생산으로 영업 가닥을 잡고 주문형 티셔츠, 1대1 맞춤티셔츠 등 단체복은 물론 단 한 벌의 제작도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며 “이달중에 서울벤처밸리를 중심으로 한 지역포털서비스인 티밸리닷컴(www.t-vally.com)도 오픈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