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위크지의 발표 내용 중에서 크게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하나는 일본의 한국계 2세 손정의(孫正義·일본명 마사요시손) 소프트방크 회장이 당당히 25명의 ‘영웅’중 한 명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전세계 컴퓨터 업계를 좌지우지 했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번에 뽑힌 e비즈니스 업계 거물들은 손 회장 외에 티모시 쿠글 야후회장, 아마존 설립자인 제프리 베조스, 스티브 케이스 AOL회장,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등 그야말로 ‘e비즈니스의 드림팀’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드림팀에 손회장이 끼었기에 같은 한국인으로서 민족적인 자긍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운 감정을 지울 수 없다. 우리 나라에서 인터넷기업을 운영하는 한국인이 한명도 25명의 대열에 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생소한 용어가 아닌 e비즈니스는 굴뚝산업과 달리 인터넷을 매개로 진행된다. 때문에 e비즈니스는 세계 시장의 진입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
특히 인프라 구축 등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아 자본금이 없더라도 독보적인 기술력이나 비즈니스모델만 갖고 있다면 얼마든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우리 벤처기업은 이같은 e비즈니스의 특성을 간과한 채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수요가 한정된 국내 시장에 안주하려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우리 기업은 이제라도 지구촌 사람이 바로 내 고객이라는 생각을 갖고 세계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 세계인들이 원하는 것이 무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한발 앞서 그것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 바로 그것이 우리 벤처기업인들이 지향해야 할 기업의 미래상이 되어야 한다.
손회장의 ‘등극’이 희소식이라면 빌 게이츠 회장의 ‘낙마’는 자못 충격적이다. 선정과정에서 ‘소프트웨어의 황제’인 빌 게이츠의 입김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e비즈니스 업계에도 엄연히 적용되는 셈이다. 벤처기업은 태풍 속에서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박과 같다. 한때 태풍의 눈 속에 들어가 파도가 잔잔해졌다고 해서 긴장을 늦춰서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꿈을 키우고, 이를 이루기 위해 늘 준비하는 자만이 폭풍우를 헤치고 가고자 하는 항구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 바다는 선원들이 손을 놓고 가만히 기다리는 배를 결코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주지 않는다.
손회장과 빌게이츠 회장의 엇갈린 ‘희비’가 던져준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이다.
김성현<넥스텔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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