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 중 혈관질환인 중풍을 제외한 ‘뇌 비혈관 질환’ 베스트 닥터로는 연세대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정상섭교수와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교수가 공동선정됐다.
뇌 비혈관 질환에는 뇌종양 파킨슨병 치매 간질 등이 있다.
이는 전국 15개 병원 신경과 및 신경외과 교수 5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특히 연세대 신경외과는 ‘뇌혈관질환’ 이규창(1회 베스트 닥터), ‘척추’ 김영수교수(4회)와 정교수의 ‘3인방’이 모두 베스트 닥터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들의 스승인 이헌재교수가 세 사람의 길을 갈라준 것이 선견지명이었음이 입증된 것.
이밖에 △손은익(계명대) △최중언(연세대 신촌세브란스) △박정율 이대희(고려대 안암) △홍승봉 김종현(성균관대 삼성서울) △김문찬(가톨릭대 강남성모) △김범생(가톨릭대 여의도성모) △이상건교수(서울대) 등도 고른 추천을 받았다.
■연세대의대 정상섭 교수
연세대의대 신경외과 정상섭교수(62)는 꽃나무를 매만지며 땀흘리는 삶을 살 수도 있었다. 그는 생물학과를 졸업했고 원예학에 관심이 커 대학원에서 이 둘을 접목한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친구의 ‘꼬임’에 빠져 의대에 편입했다. 의사가 돼선 스승인 이헌재교수의 말에 따라 당시 생소하기만 했던 ‘뇌정위기능외과’에 인생을 걸었다. 뇌정위기능외과란 컴퓨터로 뇌의 이상부위를 찾아서 고주파 전기자극 등으로 치료하는 것.
정교수는 이처럼 남의 말을 참 잘 듣는 의사다. 말수가 적어 환자들에게 사근사근 대하진 못하지만 환자의 불평은 놓치지 않는다. 후배들의 말도 경청한다. 이런 성품 때문에 1990년부터 무려 10년 동안 의대 교수평의회 의장을 맡아 후배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학측에 전달했다.
▼컴퓨터 수술의 대가
정교수는 국내에 ‘뇌정위기능외과’를 뿌리내리게 한 의사로 평가받는다. 이 분야는 1980년대 자기공명영상(MRI)이 개발되면서 급속히 발달했다.
정교수는 파킨슨병 무도병(舞蹈病) 등에 따른 운동장애와 두통 간질 강박장애 등을 이 방법으로 치료하는데 앞장서 왔다. 그는 또 방사선 중 가장 강력한 감마선을 수술칼처럼 사용하는 감마나이프로 뇌종양을 치료한 ‘1세대’에 속한다.
1970년대 암환자의 통증을 줄이는 수술과 얼굴의 통증이나 경련을 멈추게하는 수술 등을 잇따라 시작했으며 올초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전극을 심고 자극을 줘서 운동장애를 줄이는 시술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부족해지면서 팔다리 근육이 떨리거나 뻣뻣하게 굳어 본인의 뜻과 달리 움직이게 되는 병. 60대 이상 인구의 1%가 이 병에 걸린다.
정교수는 “초기에 발견해 꾸준히 약을 먹으면 악화를 늦출 수 있으므로 이유없이 팔다리에 힘이 빠지면 즉시 병원진단을 받아야 한다”면서 “병에 걸렸다고 움직이지 않고 자리보전하면 금새 ‘폐인’이 되므로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적 사고가 병을 고친다
정교수는 오전6시반 일어나자마자 전날 밤 마시다 남은 녹차를 마시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 5, 6잔의 녹차를 보리차처럼 마신다. 또 가까운 거리는 될 수 있는 대로 차를 타지 않고 걷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정교수는 “병이 났을 때엔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면 고생도 덜 하고 돈도 덜 쓴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3차신경통은 뇌혈관이 얼굴 신경을 눌러 생기는 것이고, 얼굴경련은 신경과 혈관에 스파크가 일어나 얼굴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므로 신경과 혈관을 떼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많은 환자들은 용하다는 민간요법에 의존하면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
■ 성균관대의대 나덕렬교수
성균관대의대 나덕렬교수(44)는 음식점에서 식사가 아무리 늦게 나와도 식당 탓을 하지 않는다. 대신 병원에서 예약시간을 넘겨 진료를 기다리던 환자를 떠올리며 울가망해진다.
최근엔 경북 경주시에서 온 환자가 5분 진료를 마치고 “1박2일 일정으로 올라왔는데…”하며 한숨쉬자 그 환자의 진료시간을 늘렸다. 그 바람에 다른 환자들을 1시간씩 기다리게 했지만….
나교수는 “진료비가 미국의 30분의 1도 안되기 때문에 미국보다 10배나 넘는 환자를 진료해야 하므로 한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환자 한명한명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진료하려고 병원 업무 시작시간보다 1시간 앞선 오전8시부터 환자를 본다.
▼미국식 치료법 도입
나교수는 서울대의대 학생 때부터 ‘뇌’가 좋아 신경과를 택했으며 혼자서 책을 보며 ‘뇌의 신비’를 파고 들었다.
1993년 캐나다로 유학가서 말도 안통하는 현지 환자의 언어장애 기억장애 등을 치료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듬해 미국 피츠버그대병원에서 근무했고 그해말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미국의 치매 진료 시스템을 도입, ‘기억장애클리닉’을 열었다. 이곳에선 매주 금요일 환자 한 명에 의사 5,6명이 붙어 2시간씩 진료한다.
나교수는 “모든 환자를 이렇게 진료할 수 없어 초진환자만 이런 방식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곳은 다른 병원 전공의들이 와서 1, 2개월 배워가는 ‘교육장’이기도 하다.
▼치매 예방할 수 있다
나교수는 “머리를 많이 쓰면 알츠하이머병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고 중풍 때문에 오는 혈관성 치매는 30대부터 술과 담배를 멀리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예방가능하다”고 말한다. 중풍은 한순간 닥치는 것이 아니라 수도관이 녹슬 듯 뇌혈관에 노폐물이 차곡차곡 쌓여서 생기기 때문에 젊었을 때부터 조심해야 한다는 것.
그는 분명 치매에 걸리지 않을 만큼 생활하고 있다. 매일 새벽5시 일어나 새벽기도를 다녀와서 7시10분에 집 부근의 어머니에게 안부전화를 한다. 저녁 때엔 반드시 맨손체조나 윗몸일으키기 등 운동을 하고 잠에 들며 술 담배는 입에 대지 않는다. 1주 두 번 밤시간에 30분 동안 집 부근 양재천을 걷는다.
나교수는 “혈관성 치매는 기억력이 가물가물할 때 핏덩이를 녹이는 약을 먹으며 원인질환을 치료하면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약물치료로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다”며 초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치매환자를 집에서만 모시면 환자는 누군가 자신을 해친다고 생각해 사고가 날 수 있고 또 간병보호자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사회복지시설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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