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B형 혈우병은 간세포에서 9번 혈액응고인자를 생산하는데 결함이 있어 평생 출혈로 괴로움을 겪는 질환.
혈우병 환자에 대한 전통적인 치료법은 출혈시마다 정상인으로부터 채혈된 혈액응고인자를 보충해줘 출혈로 인한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
근본적인 원인은 치료하지 못한 채 일단 출혈을 막는 것이 전부였다. 따라서 환자는 반복된 수혈로 온갖 합병증을 겪어야 했다.
만약 혈액응고인자를 환자가 스스로 만들 수 있다면 혈우병도 근본적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다. 혈우병 환자에게 결핍된 혈액응고유전자를 간세포나 인체의 다른 세포에 옮겨 심으면 출혈이 있을 때마다 혈액응고인자를 수혈해 주는 일은 더 이상 필요없다. 한번의 유전자 이식으로 근원적인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존 치료법으로 잘 낫지 않는 난치병의 치료에 실패하는 이유는 병의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나타난 현상만을 고치기 때문. 그러나 최근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많은 질환이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문제의 유전자를 고치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질병의 치료법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외과적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면역요법 등 기존의 치료법은 암의 원인보다는 이미 발생된 암의 증상을 치료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반면 유전자 치료는 암을 유발시킨 원인중의 하나인 유전자 이상을 직접 치료하는 방법이다. 유전자 치료가 암치료의 ‘5세대 치료법’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
유전자 치료는 또 약물전달체제(drug delivery system)를 개선시키는데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뇨병 환자의 세포에 인슐린 유전자를 넣어줘 혈당농도에 따라 적절한 양의 인슐린을 생산할 수 있다면 이 환자는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유전자 치료는 암이나 에이즈 등 기존의 의학지식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허대석(서울대의대 내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