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과잉 리스크]'알짜정보' 찾느라 되레 헷갈려

  • 입력 2000년 5월 24일 20시 03분


인터넷에서 한 단어를 넣고 검색하면 보통 수십개의 관련사이트가 연결된다. 가전제품 하나를 사려해도 인터넷과 TV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수십∼수백 가지. 하지만 소비자는 정작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정보가 없는 것보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훨씬 더 위험해진다는 이른바 ‘정보과잉 리스크’ 현상이다.

최근 새 자동차를 구입한 회사원 박모씨(36)는 지난(至難)했던 차 구입 과정을 회고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냥 대리점만 몇 군데 알아보고 사려고 했는데 아내가 인터넷 자동차 판매 사이트를 알아보자고 하더라고요. 그게 고생의 시작이 된 셈이죠.”

박씨가 찾은 인터넷 자동차 판매 사이트는 6곳. 하나같이 특징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박씨는 다시 어느 사이트가 믿을 만한지 알기 위해 인터넷 신문기사를 검색해야 했다. 네티즌들의 평가까지 찾아 확인한 끝에 3곳의 후보를 정했다.

“A회사는 사이버 머니를 30만원 준다는데 사이버머니가 뭐지? B회사는 무료 경품이 많은데다 할부기간이 긴 편이지만 다른 서비스까지 비교하면 C회사가 좀 더 싼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취득세를 대신 내주기로 한 대리점과 비교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박씨는 아내와 함께 계산기를 두드리고 자동차 세일즈맨들과 전화로 씨름하며 5일간을 끙끙댄 뒤에야 구입처를 결정했다. 하지만 박씨는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정말 싸게 산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솔직히 정보가 너무 많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정보과잉 리스크’는 위험을 피하는 데 사용돼야 할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 선택자를 헷갈리게 함으로써 오히려 위험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부터 인터넷 정보 공급업체들이 급증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3월 강남구에서 음식점을 연 김종수씨(50)가 당한 일도 같은 경우다. 음식점 광고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지만 쏟아지는 정보를 감당하지 못했다. 지도를 이용한 광고사이트, 동네만 집중적으로 광고해 준다는 사이트 등 인터넷 광고는 물론 인쇄, 전파, 각종 생활정보지 광고까지 접할 수 있는 정보만 100여가지. 김씨는 고민 끝에 신세대를 겨냥한 인터넷 광고를 택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차라리 옛날처럼 벽마다 광고지를 붙이는 게 나을 뻔했다”는 게 김씨의 얘기다.

인터넷 시청률 조사 기관인 인터넷 메트릭스의 이현창(李炫昌)팀장은 “검증되지 않은 다량의 정보 때문에 꼭 필요한 정보까지 묻혀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경쟁력 없는 인터넷 업체들이 정리될 때까지 소비자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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