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권 획득을 노리는 컨소시엄들은 제각기 IMT2000사업추진단을 구성하고 상대 진영과 정부의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여론을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고도의 ‘언론 플레이’를 펼치고 대규모 행사로 세(勢) 과시를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경쟁사인 LG정보통신이 삼성전자의 시분할접속방식(GSM)휴대전화 개발인력을 부당하게 빼가려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의 LG에 대한 공세는 여러 가지 전략적인 측면이 있지만 전세계 이동전화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비동기(DS)분야에서 삼성의 기술이 LG보다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언론 플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
삼성은 미국과 한국,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사용되고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동기(MS)방식의 이동통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유럽 일본 등이 기술적 우위를 보이는 비동기 분야에서는 다소 뒤진 것이 사실. 특히 비동기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삼성보다 일찍 시작한 LG정보통신이 삼성보다 기술력이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LG의 삼성 기술진 스카우트 시도를 ‘삼성의 비동기 기술이 더 낫다’는 식으로 홍보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3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의 기술 표준을 놓고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동기 방식과 유럽이 주도하는 비동기 방식이 대립하고 있지만 전세계 시장의 80%가 비동기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과 LG 모두 비동기 분야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하나로통신-온세통신,호출기 사업자 등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IMT2000컨소시엄은 최근 SK텔레콤이 올 연말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IS-95C 서비스에 대해 ‘딴죽’을 걸고 나섰다. IS-95C는 IMT2000서비스의 직전 단계인 2.5세대 이동통신으로 최대 144K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지만 사용하는 주파수가 IMT2000과 다르기 때문에 IMT2000서비스의 하나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 한국 IMT2000 컨소시엄은 그러나 국제통신연맹(ITU)이 144Kbps의 속도를 제공하는 무선통신을 IMT2000서비스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조항’을 근거로 SK텔레콤에 대한 압박 작전을 펼쳤다. 한국IMT2000컨소시엄은 이밖에도 최근 대규모 IMT2000 관련 심포지엄을 열고 비동기 방식을 국가 표준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했으며 LG텔레콤도 최근 제주도에서 IMT2000 세미나를 개최하고 LG의 IMT2000 서비스와 기술력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