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피플]에리트 박혁구사장 "불평속에 특허가…"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45분


전혀 새롭지 않은 데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재주는 ‘발명왕’들의 공통된 특징. 지난달 특허청이 선정한 ’신지식 특허인‘박혁구사장(朴赫九·52)은 보통사람이라면 흔히 간과하는 아이디어에서 특허를 이끌어내는 장기가 있다.

박씨는 75년부터 학교용 가구를 생산하는 주에리트를 운영해왔다. 25년간 받은 특허는 31건. 지금도 특허심사를 받고 있는 ‘작품’이 17건이나 된다.

“아이디어야 학생들과 선생님들 이야기 속에 들어있죠.”

나무청소함에서 냄새가 난다는 자녀의 불평, 멀쩡한 교실문 하나 교체하는데 20만원이나 든다는 선생님의 푸념은 곧 새로운 제품의 아이디어가 돼 특허청에 특허출원됐다.

97년 특허를 받은 ‘마모부분만 교체가능한 조립식 출입문’은 박씨의 대표작. 학교의 미닫이식 교실 출입문은 바닥 부분만 닳아 다른 곳은 멀쩡한데도 문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일이 잦다. 닳아서 헐거워진 문이 빠지면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다니던 학교의 육성회장을 할 때 알게 됐어요. 가구용 목재를 거의 수입하는 나라에서 밑에만 조금 닳았다고 멀쩡한 문을 버려야 하니 이만저만 낭비가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문은 3년 사이 전국 100여개의 학교에 보급됐다.

폐합성수지로 만든 청소도구함도 기존의 나무함이 덜 마른 걸레의 물기를 흡수해 잘 썩고 냄새가 나는 등 불편했던 것에서 착안한 제품. 이것은 98년 대한민국특허기술대전 은상 수상작이다.

“가구 사용에 불편한 점 이야기를 하나 들으면 한동안 그것만 생각합니다. 한달쯤 끙끙대고 나면 어떻게 새 제품에 반영해야 할지 대충 떠오르더라구요.”

박씨는 고교 졸업 후 집안 사정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군에서 제대한 뒤 상업계 고교에 타자기를 납품하는 회사에 취직을 하면서 학교용 교육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학생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이니 세심하게 만든 가구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스파이처럼 치밀하게 구석구석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박씨의 작품이 ‘목재자원 절약형’이라는 것도 큰 장점. 특허청은 박씨의 대표작 6개 정도가 갖는 파급효과만으로도 약 9000억원의 자원절약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발명꿈나무들을 키우는 데도 관심이 많다. 올해도 학교발명협회를 통해 미국에서 열리는 ‘어린이올림피아드’에 참가하는 비용을 지원했다. 발명으로 얻은 수익의 일부는 또다른 ‘발명가’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생각때문. 25년간 참신한 제품으로 중소기업을 이끌어 온 박씨가 ‘발명’에 대해 갖는 애정은 남다르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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