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이야기]'DNA칩' 분석통해 심성까지 조절

  • 입력 2000년 5월 30일 20시 00분


6월중순에 미국에서 발표될 인간게놈프로젝트 1단계 결과는 유전자라는 암호문이 어떤 글자로 나열됐는지를 밝히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전개될 2단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그 암호가 어떤 뜻을 갖고 있는지, 그 뜻에 따라 어떤 작전을 짤지는 2단계에 가서 풀어야 할 과제다.

암호문에는 적을 속이기 위해 아무런 의미 없는 글자들 속에 중요한 의미가 담긴 글자를 숨겨놓곤 한다. 고등생물의 DNA에도 이와 비슷하게 아무런 의미 없는 염기서열 사이에 단백질을 만드는 암호문인 유전자가 끼워져 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 의미있는 유전자 중 5∼10%의 기능은 알아냈지만 나머지 90%의 기능은 전혀 모르고 있다. 앞으로 2단계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추진되어 유전자의 기능이 속속 밝혀진다면 이 결과로 얻어진 정보가 곧바로 우리 실생활에 이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유전자를 이용해 병을 진단하는 것. 바로 ‘DNA칩’에 대한 얘기다.

DNA칩은 비슷한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 백 수 천개의 유전자를 손가락 마디 만한 유리판에 붙여 만든 것. 암의 발생과 연관된 DNA를 모아 ‘암진단 칩’을, 당뇨병 발생과 연관된 DNA를 모아 ‘당뇨병 칩’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DNA는 특정한 RNA와 결합한다. 개인의 혈액이나 살갗 등의 세포 안에 있는 RNA를 추출한 다음 DNA칩에 흩뿌리면 RNA가 특정 DNA와 붙어서 반응을 일으킨다. 이 반응을 살펴 병에 걸렸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DNA칩은 정상인과 환자의 유전자가 다르다는 사실에서 착안한 것이고 진정한 의미의 ‘예방의학’을 가능케 한다. 현재 어떤 병에 걸렸는지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병에 걸릴지 미리 예측할 수 있고 고장난 유전자를 고치거나 다른 유전자로 대체해 병을 막을 수 있는 것.

DNA칩은 암 당뇨병 고혈압 치매 등을 진단하도록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일반인은 생각지도 못하는 영역에 응용될 수 있다. 즉 앞으로 키가 작을 것인지 클 것인지를 알아내는 ‘성장진단 칩’이나, 정신질환을 앓을지 그렇지 않을지를 판단하는 ‘정신진단 칩’ 등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현대과학은 뇌의 신비도 유전자의 차원에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떤 유전자가 아름답고 착한 마음을 갖게 하고 어떤 유전자가 범죄성향의 마음을 만드는지도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나쁜 마음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를 미리 알아내 착한 사람을 만드는 것. 유토피아의 시작일까, 아니면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일까?

유향숙(인간게놈프로젝터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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