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나우누리의 이승신(李承信·28)씨는 아침 출근부터 저녁 퇴근까지 하루종일 게시판만 유심히 살펴본다.
PC통신 게시판은 160만명에 이르는 나우누리 가입자들이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얘기를 쏟아내는 공간. 전체 가입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학생을 비롯해 직장인 중고교생 주부 등 다양한 계층의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며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시판을 보고 있으면 네티즌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얘기들이 게시판을 통해 공개되고 사회적 관심거리에 대한 활발한 의견 표출은 여론의 향배를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공간이 게시판이지만 모두 진실 또는 사실에 근거한 글만 올라오는 것은 아니다. 근거없는 비방이나 추측으로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로는 네티즌간에 서로 욕설이 오가는 추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씨가 적용하는 명확한 삭제 기준은 △심한 욕설 △음란한 글 △불법적인 상업성 메시지 등. 그러나 판단이 애매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게시판도 뜨겁게 달아오른다. 찬반 논쟁이 벌어지다 보면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설전(舌戰)’으로 확대되기도 하는데 이씨는 이를 진정시키는 역할도 담당한다. E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자제를 당부하는 것.
“때때로 관리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관리자를 비난하는 때가 제일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극단적인 주장을 견제하는 세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등 게시판이 점차 자생력을 키워나가고 있어 관리에 보람을 느낍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