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 5명이 모인 라호야 인베스트먼트는 구성원 모두 30세 이하의 패기만만한 젊은이들이다. 공인회계사 최기보(30), 김상훈(29), 김성현씨(29)와 미국명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하형일(30), 성정우 컨설턴트(29)가 그들. 최근까지 컨설팅회사에서 한 팀으로 모여 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을 해외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기업구조조정 및 가치평가 분야에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최근 리타우어그룹이 아이펜텍 리눅스인터내셔널 등 상장하지 않은 유망 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벤처기업 M&A의 새로운 틀을 짜고 있다.
“자기 회사가 몇 년 안에 수천억원짜리가 된다고 주장하는 벤처기업가와 한 푼이라도 싼 값에 인수하려는 투자자도 정확한 기업가치를 산정, 중재해주면 협상이 순조로워집니다.”
이들은 현재 200여개 유망 벤처기업 명단을 뽑아 몇 곳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샌디에이고쪽의 인맥을 바탕으로 정보기술 및 생명공학 분야 벤처기업도 M&A 대상으로 삼고 있다. 생명공학벤처 집산지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라호야시에서 이름을 따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에선 “유망 기업을 해외에 넘겨주는 브로커 아니냐”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떳떳하다. 어차피 세계가 거대시장으로 묶여있는 인터넷 시대에 국내냐, 해외 기업이냐 하는 것보다는 ‘파이’를 어떻게 더 키울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유망한 회사와 자금뿐만 아니라 경영기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와주는 투자자가 만나 조화를 이루면 수십억원짜리 회사도 1조원의 가치로 성장한다는 것은 실리콘밸리에선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증명됐습니다.”
어차피 성사될 일이라면 질질 끌 필요가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 남들 같으면 2∼3개월 걸릴 일을 1주일이면 너끈히 해치운다. 서로 성격도 다르고 개성도 강하지만 ‘건수’가 생기면 똘똘 뭉쳐 훌륭한 팀워크를 발휘한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