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자회사설립 '인터넷 프로젝트' 구상 무산

  • 입력 2000년 6월 5일 19시 25분


삼성물산의 인터넷 사업 분리 계획이 무산됐다.

삼성물산측은 4월 야심적인 인터넷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삼성아이젠(가칭)이라는 자회사를 세워 디지털시대를 선도하는 인터넷 사업을 독립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상사 건설 주택 등 각 부문에서 운영하거나 추진중인 인터넷 쇼핑몰 방송 전자화폐 사이버빌리지 등 기업-개인간(B2C) 전자상거래 사업과 케어캠프 캠크로스 파인드코리아 매트플라자 등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사업을 모두 삼성아이젠으로 이관해 9월 나스닥에 상장할 것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삼성은 이 야심찬 계획을 도중에 접었다. 아이젠 설립을 취소하고 종전처럼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인터넷사업을 꾸려가겠다고 선회한 것이다. 삼성측은 주주들의 반대에 부닥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한다.

주주들은 왜 반대를 했을까. 두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첫번째는 삼성물산의 주가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이다. 핵심사업인 인터넷 부문을 빼내면 회사의 가치가 하락해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이 아이젠 설립 계획을 발표한 후 삼성물산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이 삼성물산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했다.

두번째 이유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씨와 관련된 풍문이다. 아이젠을 설립하면 이재용씨를 최대 주주 겸 회장으로 옹립해 후계 구도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설이 증권가에 나돌았다.

삼성물산의 소액주주들은 공시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시하면서 새 회사 설립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맞섰다. 매수청구권이란 주주가 이사회의 결정에 반대하고 회사측에 자신의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따라서 삼성측이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계획을 추진하려면 1조3000억원을 들여 반대주주의 주식을 사야 한다. 증권사를 통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주식수가 총발행주식(1억6000만주)의 65%에 달했다.

결국 삼성은 소액투자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주총(8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계획을 철회했다.

회사측은 주주들의 반대가 거센 이유에 대해 “삼성물산 주가가 2일 현재 9010원까지 떨어져 매수청구 가격(보통주 1만3405원)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상당수 주주들이 주식을 팔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삼성측 설명과 달리 “삼성아이젠이 재계에 소문이 무성한 이건희회장의 장남 이재용씨의 ‘e프로젝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투자자들이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산측은 이에 대해 “재용씨의 e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삼성아이젠과 재용씨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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