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열 내리는 '냉방장치'▼
여름에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얼굴 목 등줄기를 타고 흘러 갈아입은 옷이 금새 축축해진다. 끈적끈적해진 몸으로 지내다 보면 짜증마저 쉽게 난다. 그렇다고 땀을 귀찮은 존재로 여겨선 안된다. 땀은 몸의 열을 내려 건강을 지키는 ‘냉방장치’이기 때문.
▽땀이란?〓동물중 하마는 붉은 땀, 영양은 파란 땀을 흘린다. 그러나 사람의 땀은 초록색 땀을 흘리는 색한증(色汗症) 환자를 빼면 무색 무취. 성분의 99%는 물. 나머지는 염화나트륨 젖산 포도당 등. 긴장 공포감 등으로 손과 이마에 생기는 ‘진땀’도 있지만 대부분은 체온이 섭씨 37도 이상 올라가면 척추에 있는 ‘체온센서’의 명령에 따라 열을 내리기 위해 온몸의 땀샘에서 분비된다. 60㎏의 사람이 1ℓ의 땀을 흘리면 체온이 12도나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얼마나 흘릴까?〓성인이 자신도 모르게 하루동안 흘리는 땀의 양은 0.4∼0.7ℓ. 오랜 시간 더운 곳에 있으면 2∼3ℓ에 이른다. 음료수 페트병(1.5ℓ) 두 개 정도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축구선수가 전후반 40분씩을 모두 뛰면 4ℓ, 마라톤 선수가 완주하면 6ℓ의 땀이 흐른다. 사람이 의식을 잃지 않고 최대한 흘릴 수 있는 땀의 양은 10ℓ 정도.
땀을 흘릴 때 근육이나 신경의 운동을 조절하는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등의 이온도 함께 배출돼 운동 신경기능이 떨어진다. 70㎏인 사람이 1.4ℓ의 땀을 흘리면 운동능력이 20% 낮아진다.
▽건강의 신호등〓과로 스트레스 수면부족 과음 등으로 피로가 쌓이면 교감 부교감신경의 조화가 깨져 갑자기 땀이 많아진다. 살이 찌거나 생리중인 여성도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다.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뜨거운 음식을 먹어도 비오듯 땀을 흘린다.
▼속옷 누렇게 변하면 간질환▼
특별한 이유없이 땀이 나거나 예전보다 땀의 양이 많아지면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 등에 식은 땀이 나면 결핵, 땀을 흘리고 난 뒤 속옷이 누렇게 변하면 간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간염 장티푸스 암 등 발열성 질환에 걸려도 속내의를 적실 정도의 땀이 난다.
땀을 거의 흘리지 않는 무한증(無汗症)은 유전이나 정신적 요인으로 생기지만 당뇨 혈압강하증 아토피성피부병의 증세로도 나타난다.
▽땀의 건강학〓5분만 운동해도 땀을 흘리면 건강하다는 증거. 운동을 많이 할수록 땀샘의 기능이 발달해 땀을 잘 흘린다.
▼운동통해 몸속 중금속 배출▼
운동한지 30∼40분이 지나면 몸속에 축적된 납 카드늄 등 중금속을 포함한 ‘좋은 땀’이 흘러나온다.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면 각종 이온도 함께 빠져나와 몸에 좋지 않다는 얘기가 있지만 운동으로 흘리는 땀과 다르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땀은 바로 닦아주는게 좋다. 그렇지만 않으면 땀구멍이 막히면서 피부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땀을 흘리고 난 뒤 수분보충은 필수. 땀을 과도하게 흘리면 혈액순환 장애로 기운이 없어지고 식욕이 떨어진다. 심하면 탈수증이나 근육경직현상이 나타난다. 이때는 묽게 탄 소금물을 마시고 채소나 과일을 섭취하는 게 좋다.
운동 뒤 갈증이 날 때 필요한 물의 5분의 1만 마셔도 갈증이 사라지므로 땀으로 나간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때는 목을 약간 축인 뒤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새벽 운동이 저녁 운동보다 좋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벽에 땀을 흘리면 수분을 보충할 기회가 많지만 저녁에는 제대로 수분을 섭취하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기 쉽기 때문이다.
땀으로 몸이 끈적끈적해지면 간단히 샤워를 하면 좋지만 여건이 안되면 찬물로 목부위만 닦아줘도 상쾌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도움말〓연세대의대 생리학교실 연동수교수 02-361-5196, 아주대병원 피부과 강원형교수 0331-219-5912)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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