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여름,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다니는 수줍은 많은 무명해커였던 토발즈는 일약 ‘운용체제(OS)의 혁명가’라는 칭호를 얻었다. 대형컴퓨터뿐 아니라 PC에서도 유닉스를 쓸 수 있도록 해보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개발한 리눅스가 전세계 컴퓨터 기크들을 매료시켰기 때문.
레드햇의 상업적 성공에 힘입어 리눅스가 상업용 OS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현재 그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는 뜻밖에 실리콘밸리의 벤처업체 트랜스메타에 틀어박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트랜스메타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이 투자했다는 것 말고는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베일에 가려있는 회사다. 단지 토발즈가 반도체의 역사를 바꿔놓을 만한 혁명적인 칩을 개발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리눅스가 MS의 아성을 무너뜨렸듯 그가 개발한 칩이 다시 한번 반도체업계의 거인 인텔을 위협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정보기술(IT) 전문 투자가들은 토발즈가 폴 앨런과 손을 잡았다는 이유만으로도 그의 비밀 프로젝트가 ‘엄청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광속으로 움직이는 디지털경제 시대에는 아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토발즈가 이제 단순히 추종자들을 거느린 언더그라운드의 혁명가가 아니라 ‘디제라티’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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