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때. 아는 오빠네 집에서요.”
18일 오전 1시경 B인터넷 성인방송 생방송 토크쇼. 개그맨 K씨와 여대생이라고 밝힌 인터넷자키(IJ)와의 대화다. 화면 하단의 채팅창에는 동시접속자들의 거칠고 적나라한 질문과 욕설이 초단위로 쏟아진다.
국내 인터넷 성인방송의 음란성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 성인방송국은 30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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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두세개 업체가 16㎜ 에로비디오 수준의 동영상을 내보내는 게 고작이었으나 인터넷방송국 개설 붐(13일 현재 음악 영화 연예 등 10여개 분야에서 591개)을 타고 올초 성인방송국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올해 생긴 성인방송국은 E, B, S 등. 이들은 성고백 라이브토크쇼, 분장실 몰래카메라, 동성애, 성행위 훔쳐보기, 혼음, 집단난교 등 변태적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내보내 네티즌을 끌어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무료회원을 합쳐 100여만명 정도가 성인방송에 노출돼 있으며 시장 규모는 연간 3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18일 새벽 S방송에서는 이른바 누드자키(NJ)가 집에서 요리하다가 간장을 쏟는 바람에 옷을 벗고 남자친구와 어울리는 장면이 방영됐다.
또 다른 E방송은 양성애 여성 커플이 남자를 선택해 여행을 떠날 것인지 아니면 여자 파트너와 사랑을 나눌 것인지 등을 인터넷으로 지켜보는 이들의 요구에 맞춰 정하는 ‘인터랙티브’기법까지 동원했다. IJ를 등장시켜 하나씩 옷을 벗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프로그램이 갈수록 변태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직장인 신모씨(29·L상사)는 “처음엔 ‘한국수준에 별 것 있겠나’싶었으나 갈수록 도를 더해 가는 것 같다. 속옷 끝을 따라 들어가는 아슬아슬한 카메라워크는 물론이고 관음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포맷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유저(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만 그럴듯하게 입력하면 미성년자들의 접속을 근본적으로 막을 도리가 없다는 점이다.
서울S고 3학년 박모군은 “성고백 라이브쇼 같은 것은 사실적인 분위기여서 굉장히 자극적”이라며 “ID와 패스워드를 돌려가며 쓰는 탓에 반친구들 중 3분의 1정도는 인터넷 성인방송을 자주 보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성인방송국에 접속할 수 있는 ID나 패스워드가 적힌 즉석복권을 나눠주는 PC방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E사 등 몇몇 메이저 성인방송업체가 T, D 등 보다 대중적인 인터넷 회선서비스와 프로그램 공급 계약을 체결해 음란 방송물은 더욱 확대 재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성인방송의 음란성을 규제할 법규정으로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사회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을 통신해서는 안된다’는 전기통신사업법 53조가 전부. 제도가 기술의 발달을 따라잡지 못하는 사이 디지털과 연계된 성인산업은 급속도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