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기술표준]업계 '동기식' 외면 정부 속앓이

  • 입력 2000년 7월 23일 19시 15분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들이 한결같이 ‘비동기식’ 기술표준 만을 추진하고 나서 ‘동기식’이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동기식은 우리가 기술면에서 확고한 비교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기술표준으로 이를 잘 활용하면 이동통신 산업에서 세계 선두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중국시장 등에 대한 잠재 수출 가능성이 높아 경제적으로도 중요하다는 것. 많은 전문가들은 업계의 비동기선 호 추세에 대해 “너무 쉽게 영업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최소한 한 업체만 이라도 그동안 우리가 애써 가꾸어온 동기식을 고수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기술표준 선호도〓IMT―2000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은 정보통신부가 최근 기술 표준을 자율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이후 모두 ‘비동기식’으로 방향을 잡고있다. 사업 희망업체인 한국통신 SK LG 한국IMT―2000컨소시엄 등은 모두 비동기식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전세계 시장의 80%가 비동기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동기식과 비동기식의 차이 〓 IMT―2000의 기술표준은 미국 퀄컴사의 CDMA기술을 바탕으로 동기식과 유럽 에릭슨 노키아 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비동기식으로 나뉜다.

동기식은 미국이 세계 각 지역에 띄운 위치인식시스템(GPS)위성을 통해 음성이나 데이터를 전달해주는 방식. 반면 비동기식은 유럽 통신장비 회사들이 만든 기지국이나 중계국을 통해 서비스한다. 동기와 비동기의시장 점유율은 2대8이다. 이 때문에 비동기식을 선택할 경우 국가간 단일 번호로 통화하는 국제 로밍에 유리하다. 반면 동기식은 국제로밍을 하려면 단말기나 중계장비 등을 추가로 선택해야 한다. 그만큼 돈이 많이 소요된다. 그러나 중국이 자체 시장에서 동기식 비중을 2005년까지 40%까지 키울 경우 세계 동기시장의 비중은 획기적으로 커질수있다.로열티면에서도 동기식이 싼 편이다.

▽동기식을 포기하면 안되는 이유 〓 동기식 원천기술은 퀄컴사의 것이다. 그러나 이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나라는 한국이다. 우리는 서비스 기술이나 장비 제조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해 있다. 따라서 중국과 연대를 이룰 수만 있다면 ‘동기식 CDMA벨트’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국민대 송치영교수는 최근 ‘기술표준 선정의 경제성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동기식이 비동기식보다 우리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정부와 업계의 시각차〓 정부는 동기식에 집착하고있다.동기식을 버릴 경우 향후 무선통신사업이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을정도이다. 그러나 드러내놓고 표현은 못한채 내심 1개 업체만이라도 동기식을 선택해주기를 희망하는 상태다. 이에반해 국내산업의 향후 경쟁력까지 고려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동기식을 포기하기 어려운 것. 정통부 관계자는 “현재는 비동기식이 동기식보다 우세해 보이지만 5년 후에는 동기식이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동기식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이에반해 단기 경제성을 우선적으로 따지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비동기식을 선호한다. 국영기업인 한국통신마저도 비동기식에 더 비중을 두어 정부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