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코리아 강성욱(姜聲郁·39)사장은 이날 한국 지사가 ‘미운 오리새끼’로 취급받던 98년 초 상황을 떠올렸다.
“97년11월 컴팩코리아 사장직을 맡았으나 곧 들이닥친 외환위기로 지사 설립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곤두박질쳤습니다.”
급격한 환율 변화로 물건을 팔수록 손해가 나는 기형적 매출구조가 지속되자 마침내 미국 본사는 한국 지사에 활발한 활동을 펼치지 말 것을 묵시적으로 요구했다. 한국 지사를 불신한 나머지 세세한 항목까지 매일매일 보고토록 조치하기도 했다.
강사장이 가장 어려웠던 점은 대량해고 압력. 한국경제가 단기간 내에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본사는 직원 수를 3분의 2수준으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경제가 회복되는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1년여를 버틴 강사장의 고집 덕분에 직원들은 아무도 해고되지 않았다.
분기별 단기 목표를 세워 이를 초과달성하면서 본사의 신뢰를 확고히 얻은 강사장은 올 들어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벤처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억달러라는 거금을 유치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싱가포르와 미국을 수도 없이 다녀왔습니다.”
마침내 올해 5월 본사의 마이클 카펠라스 회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본 뒤 1억달러 투자 결정을 승인하기에 이르렀다.
“컴팩은 전 세계에 할당된 10억달러의 10%를 한국의 벤처에 투자키로 했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벤처들을 이어주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