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입자 뉴트리노, 우주의 비밀을 벗긴다

  • 입력 2000년 7월 26일 18시 41분


물질은 도대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우주는 어떻게 탄생됐고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없이 되풀이돼 온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최근 신비의 입자 뉴트리노(neutrino 중성미자)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한층 구체화될 전망이다.

뉴트리노는 표준모형(아래그림 참조)에서 경입자로 분류되는 입자 가족. 같은 경입자에 속한 전자와 뮤온, 타우에 대응해 전자뉴트리노 뮤온뉴트리노 타우뉴트리노 등 3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속으로 움직이며 전기적으로는 중성이다.

그러나 뉴트리노는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게 더 많아 그동안 과학자들 사이에서 수수께끼에 휩싸인 ‘유령같은’ 입자로 여겨져 왔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뉴트리노가 수 백억km의 물 속을 그대로 통과할 만큼 다른 입자와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 1초에도 수 조개씩 지구를 지나가지만 검출되는 것은 겨우 하루 몇 개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뉴트리노는 빛의 입자인 광자에 이어 우주에서 두 번째로 많은 입자이면서도 질량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불분명했다. 또 타우뉴트리노는 78년 이후 이론적으로는 분명히 존재하리라고 당연시돼 왔지만 그동안 한번도 직접 발견된 적이 없어, 표준모형의 12개 기본입자 가운데 발견되지 않은 유일한 입자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일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FNAL)의 공동연구팀은 이 마지막 입자 타우뉴트리노를 실험적으로 발견하는데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연구팀의 바이런 룬드버그 대변인은 “우리는 마침내 타우뉴트리노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라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97년부터 진행된 ‘DONUT’이란 이름의 아주 까다로운 실험에서 연구팀은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만든 강력한 뉴트리노 빔을 특수 고안된 검출기에 쏘아 타우뉴트리노의 존재를 검출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으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구성입자표를 완성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경상대 송진섭 교수(물리학과)는 “타우뉴트리노는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고 이것에서 생성된 타우의 수명이 10¤¹¤초로 아주 짧기 때문에 검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히고 ”12개 입자 가운데 남아 있던 마지막 입자를 발견한 것은 그 자체로도 획기적인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앞으로 물질의 구성과 입자간 상호작용의 정체가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6월 중순 캐나다 서드베리에서 열린 ‘뉴트리노 2000’ 국제학회에서는 98년 대회에 이어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보다 구체적인 실험 결과가 제출돼 큰 관심을 끌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7개월에 걸쳐 ‘K2K’ 공동연구팀은 일본 쓰쿠바에 있는 고(高)에너지가속기연구소(KEK)의 가속기로 인공 뉴트리노 빔을 만든 뒤 이것을 2백50km 떨어진 가미오카의 슈퍼가미오칸데 지하검출 장치로 발사하는 ’뉴트리노 진동실험‘을 해 뮤온뉴트리노의 일부가 다른 뉴트리노로 진동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뉴트리노가 진동한다는 사실은 곧 그것이 질량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 결과를 “95%의 확률로 뉴트리노는 질량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연구팀의 일원인 서울대 김수봉 교수(물리학부)와 미국측 대변인을 맡고 있는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 정창기 교수(물리·천문학과)는 “이번 실험을 통해 뉴트리노의 질량유무가 보다 분명해졌다”면서 “뉴트리노의 질량이 확인될 경우 뉴트리노의 질량을 0으로 가정하고 있는 현재의 표준모형은 수정이 불가피해진다”고 밝혔다. 또 김교수는 “지금까지 측정된 우주의 질량은 이론값의 10% 이하에 불과하고 그 나머지 물질인 암흑물질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는데, 만일 우주에 엄청나게 많은 이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지고 있으면 우주의 질량을 분석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우주의 비밀과 운명을 밝히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K2K 실험 결과는 지난 17일 일본에서 간략하게 발표된 바 있으며, 보다 상세한 내용이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이뤄진 뉴트리노에 대한 연구 결과와 함께 27일부터 8월2일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제30회 국제고에너지물리학회’(ICHEP 2000)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신동민과학동아기자> hisd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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