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용 생물들의 게놈 염기서열은 효모가 1996년, 진핵생물로는 최초로 선충이 1998년 밝혀졌으며, 올해 3월에는 초파리가 완료됐다. 이들과 인간의 게놈을 비교 분석한 결과 고등생물일수록 전체 게놈 중에서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음을 알 수 있었다. 즉 인간은 효모에 비해 전체 게놈의 DNA 양은 250배나 되지만 이중 의미가 있는 DNA인 유전자 개수는 16배에 지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게놈 단계에서 일어난 진화과정을 추적했다. 그 결과 생물이 진화과정에서 유전자를 늘리기 위해서 자신의 게놈에서 같은 유전자를 반복적으로 복제해 온 사실을 밝혀냈다. 이렇게 복제된 유전자는 처음에는 같은 유전자였지만, 이후 돌연변이 등을 통해 조금씩 달라져 나중에는 아예 유전자의 기능을 잃고 쓸모 없는 DNA가 되기도 했다.
게놈프로젝트의 결과, 효모게놈으로부터의 6241개 유전자 중 1858개가 복제된 유전자로 밝혀졌으며, 선충게놈의 경우 1만8424개 유전자 중 8971개, 초파리게놈의 경우 1만3601개 유전자 중 5536개가 복제된 유전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유전자가 진화과정에서 복제를 통해 늘어났으나, 이중 상당수는 쓸모 없는 DNA로 전락하고 만 셈이다.
그런데 최근 ‘쓸모 없는’ DNA에 대한 의미 있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 연구팀은 ‘트렌즈 인 지네틱스’ 최신호에서 새의 경우 게놈의 크기가 클수록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이끈 생물학자인 팻트 모나간과 닐 매칼프 교수는 조그마한 굴뚝새로부터 커다란 콘돌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른 28개과 67종의 새들의 수명과 게놈의 양을 분석한 결과, 게놈의 양이 클수록 수명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새들의 유전자는 거의 동일하다고 할 때 게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쓸모 없는 DNA의 숨겨진 기능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온 셈이다.
<이영완 과학동아기자> 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