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라티21]존챔버스 시스코 회장

  • 입력 2000년 8월 13일 20시 06분


존 체임버스(John Chambers). 정보기술(IT) 업계의 최고경영자(CEO) 중 ‘미스터 인터넷’을 꼽으라면 단연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이다.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그의 신념과 열정은 거의 종교 수준이다. 컴덱스를 비롯해 주요 정보기술 행사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인터넷이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고 연설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인터넷 전도사처럼 보인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 제국이라면 체임버스가 이끄는 시스코는 네트워크 왕국이다.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장비인 라우터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년 걸려 이룩한 주가총액을 12년 만에 돌파했고 직원의 30%가 스톡옵션으로 부자가 됐다.

1984년 스탠퍼드대 교수 레너드 보작과 샌디 러너가 문을 연 작은 회사가 오늘날 이처럼 천하통일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체임버스의 탁월한 수완이 결정적이었다. 체임버스가 추진해온 고객과 시장중심의 경영, 첨단기술 보유 업체와의 과감한 제휴 및 합병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체임버스는 ‘인수 및 개발(A&D·Acquisition & Development)’의 달인이다. 이를 통해 다른 회사의 기술과 상권을 흡수해 고속성장을 이뤘다. 그는 4000만∼2억 달러의 회사 수십 개를 발빠르게 인수했다. 인수 대상업체의 규모가 작으면 매수에 실패하더라도 결정적인 타격을 입지 않기 때문이다.

체임버스는 인수업체 직원들을 조직 내에 융화시키는데도 능수능란하다. 인수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게 중요한 직책을 맡김으로써 우수한 중간관리자들을 함께 붙잡아 놓는다. 이같은 화합경영으로 시스코 직원들의 이직률은 불과 7%.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의 평균이직률 24.8%보다 월등히 낮다

속도는 인터넷 시대의 경쟁력.

그는 “덩치가 크다고 해서 작은 상대를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르면 느린 상대를 언제나 물리친다”고 강조한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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