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자체서 '우리고장 별 ' 지정사용

  • 입력 2000년 8월 23일 19시 13분


강원도 영월군은 ‘단종제’가 한창 열리고 있던 98년 봄에 국내 최초로 ‘단종 별’ 헌정식을 가졌다. 이 별은 사자자리의 1등성 ‘레굴루스’로 ‘단종제’가 열릴 때 밤하늘 높이 뜰 뿐 아니라 서양의 전설에서도 ‘어린 왕자’로 알려져 있어 아주 제격이었다.

남원시는 99년 처녀자리의 ‘스피카’라는 별을 ‘춘향 별’로 명명한 데 이어, 올해에는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라는 별을 ‘몽룡 별’로 추가 지정해 구색을 갖췄다. 이제 여름 밤하늘에 견우, 직녀가 있듯이 봄 밤하늘에는 춘향, 몽룡이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자기 고장의 별을 지정하는 일은 운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1등성의 개수가 10여 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기 고장의 별을 지정하고 싶은 지방자치단체는 좀 서둘러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다른 고장에서 먼저 지정한 별을 다시 지정하기는 좀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과 같이 밝게 보이는 행성도 생각해 볼 만하다. 예를 들어 ‘과학 도시’인 대전의 경우 아름다운 고리를 가진 토성의 모습 위에 영어로 ‘대전’이라고 쓴 로고를 사용하면, 세계 누가 봐도 대전은 과학 도시라는 것을 쉽게 인식할 수 있지 않겠는가.

꼭 행성이나 1등성처럼 밝은 별만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번은 무주군에서 필자에게 찾아와 ‘반딧불이 별’을 지정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아무리 궁리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곤충을 상징할 만한 별은 물론 별자리도 없었다(믿거나말거나 파리자리는 있다). 퍼뜩 필자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 북쪽왕관 자리였다. 이 별자리의 별들은 말발굽, 즉 C자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가운데별이 가장 밝아서 영락없이 왕관처럼 생겼다.

필자는 이 별자리를 반딧불이의 엉덩이(?)에 비유하여 ‘반딧불이 별자리’로 하면 어떠냐 제안하였고, 무주군이 이를 받아들여 99년 ‘반딧불이 축제’ 때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이 별자리는 그 축제가 한창일 때 하늘 높이 떠 있을 뿐 아니라 약간 어두워서 반딧불이가 잘 보이는 어두운 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내, 필자는 지금도 잘 지정해 줬다고 확신하고 있다.

충북 증평에서 99년 인삼처럼 생긴 페르세우스 자리를 ‘인삼별’로 지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차피 별자리란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이어져 보이기 마련이다. 요즘 어린이들에게 별자리를 정하라고 하면 결국 ‘햄버거자리’ ‘피자자리’…같은 별자리가 주종을 이루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런 우리 고장의 별을 선정하는 일이 단순히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것 이외에도 ‘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한 번만 봐도 오래 살 수 있다는 전설을 지닌 ‘남극노인성’을 이용하여 제주도에서는 실버산업과 연관지어 뭔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이 별이 무난히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 추세대로라면 몇 년 뒤에는 ‘우리 별자리’들이 사시사철 밤하늘을 수놓게 될 것 같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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