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홈페이지 접속불능 사태를 계기로 사이버시위의 정당성이 논란거리가 됐다.
지난 26일 오전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정보통신부 홈페이지가 일부 네티즌과 시민단체들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접속중단된 데 이어 28일 낮 11시부터 또다시 정통부 홈페이지가 접속되지 않고 있다.
26일처럼 서비스 거부공격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접속이 되지 않는데 대해 정통부는 사용자 폭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네티즌들은 정통부가 고의로 홈페이지를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8일 정통부홈페이지 접속불능의 원인이 어디에 있던 사이버시위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사례▼
홈페이지가 네티즌들의 사이버공격으로 서비스중단되거나 항의물로 도배질하는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전국민이 네티즌으로 돼가면서 시위문화도 길거리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히 옮겨가는 추세다.
지난해 말 군필자에게 공무원시험 가산점부여가 위헌이라는 판결에 분노한 한 남성 네티즌이 헌법재판소 사이트를 공격, 서버를 다운시킨 일이 대표적인 한 사례.
이밖에 사이버상에는 수천개의 안티(ANTI)사이트들이 만들어져 네티즌들의 시위마당이 되고 있다. 국내 거의 모든 대기업, 정부 사이트에 대한 안티사이트가 만들어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는 연예인,정치인 개인에 대한 안티사이트에서는 건전한 반대의견보다는 욕설과 비난, 근거없는 루머가 대부분을 차지해 명예훼손의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시위형태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전화부대'처럼 여러명이 계속 해당 사이트 게시판에 반대의견을 올리는 행위는 점잖은 편이고 항의문 말머리에 [검열반대]처럼 행동통일한 뒤 일시에 글올리는 '온라인집회'에서 서버공격, 해킹 등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통부입장▼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통부는 단순한 의사표시 단계를 넘어 고의적으로 해당시스템에 장애를 일으키는 사이버시위에 대해서는 형법상 업무방해행위로 간주,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시민단체가 '해킹'으로 부르던 아니든 고의적인 업무방해 행위임에는 틀림없다"며 "온라인상에서의 다른 불법행위와 형평성을 감안해서라도 사법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통부는 이미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타에 신고, 수사를 의뢰했으며 경찰청에서는 서비스 거부 공격자에 대한 IP주소를 확보해 조사를 진행중이다.
▼'정보검열'이란 무엇인가▼
시위의 발단이 된 법의 정식명칭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통신망 이용촉진법)’. 내년 7월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 법을 '통신질서확립법', '통신국가보안법'으로 부르고 있다.
이 개정법안에서 구체적인 쟁점은 크게 두가지. 불법정보에 대한 규제와 인터넷 정보내용 등급제다.
진보네트워크, YMCA 등은 해당 정보가 불법이냐 아니냐를 행정부인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판단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사법기관이 판단할 문제라는 주장. 또 명예훼손, 음란물 등 불법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형법에 따라 처리할 일이지 '통신망 이용촉진법'이 규정할 조항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 내용등급제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청소년보호라는 이름아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등급의 기준을 만들고, 판단하고, 부과하는 모든 권한을 가지는 것은 '국가에 의한 검열'이라는 주장이다.
지방자치단체나 학교등 관련단체들이 얼마든지 기준을 정하고 시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티즌과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대해 정통부는 한마디로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다. 대부분의 항의가 법개정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감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정통부의 판단이다.
명백한 불법성 정보에 대해서는 행정부도 얼마든지 제재를 가할 권한이 있고, 음란물 등 유해정보에 대한 차단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사용자가 결정하는 만큼 등급제는 '자율운영체제'라는 설명이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불법음란물들이 마구 돌아다니고 있는데 해당 행정부처가 보고만 있으라는 말이냐"며 "과태료나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적법한 행정행위"고 말했다.
▼확산되는 사이버시위▼
네티즌,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도 사이버시위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입장이다. 네티즌의 인구가 2000만명을 육박하고 있어 사이버시위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진보네트워크는 성명서를 통해 "어떠한 명분으로도 온라인상에서의 집회 결사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로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정당한 정치적 의사 표현이 '사이버 테러'로 매도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서비스 거부 공격도 정치적 의사 표현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의 정당한 항의가 소비자운동의 중요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한 청바지회사가 네티즌들을 상대로 거액을 걸고 '도메인'공모를 했다가 자기들이 미리 정해둔 이름으로 정하자, 네티즌들이 조직적으로 온라인 시위를 벌였었다. 결국 이 회사는 시위에 굴복, 상금을 모두 기부금 형태로 냈고 이 돈은 북한동포이웃돕기에 쓰여졌다.
정통부도 이번 해킹사건에도 불구하고 게시판자체를 막지는 않았다. 얼마든지 의견은 게시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어떤 형태든 고의적으로 다른 단체나 기관의 정상적인 서비스를 혼란시키는 것은 업무방해라는 차원에서 엄단하겠는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
이밖에 사이버 시위의 형평성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아직은 네티즌들의 연령층이 10-20대 위주여서 사이버투표의 찬반투표에서도 대부분 이들의 의견만 반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김광현/동아닷컴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