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誌 사체부패 특집]"죽은자도 할 말 있다"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53분


‘죽은 자도 할 말이 있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근호는 미국 과학계가 주목하는 ‘법과학(Legal Science)’ 중 사체 부패 분야를 상세히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테네시주 오크 리지 국립연구소는 최근 기증받은 20여구의 시신을 다양한 조건에서 부패시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파리 같은 곤충이나 박테리아에 의해 사체가 썩을 때 나오는 다양한 가스와 침출액을 분석해 정확한 사망 시점과 당시의 주변 환경을 알아내기 위함이다. 부패 가스의 경우 32개의 화학센서와 가스 크로마토그라피를 분석해 시간별로 발생되는 성분을 정확히 알아냈다.

속칭 ‘시체 농장’으로 불리는 연구팀을 이끄는 아파드 바스 박사는 이미 괄목한만한 성과를 내놨다. 그중 하나가 유기조직이 남아 있는 사체의 인근 토양에 스며든 5개의 지방산을 분석하면 사망시점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 부패가 진행되면서 이들 성분 비율이 체계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부패한 지 몇 주가 지나 살점이 모두 썩어 없어졌다면 뼈를 구성하는 칼슘이나 마그네슘 등 7개 무기물의 성분 비율을 조사하면 비슷한 추정이 가능하다.

또 시신의 부패시에 휘발되는 수 백가지의 성분의 조성과 발생시점 등을 확인한 연구팀은 체내 조직을 이루는 아미노산이 분해시 공기 중에 배출되는 방향족 페놀류를 포착해 유기된 사체를 찾아낼 수 있는 휴대용 탐지기도 개발 중이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재판시 증거로 인정될 만큼 공신력을 얻고 있다. ‘사이언스’는 용의자가 범죄사실을 부인해 사체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연구진이 암매장지로 추정된 토양을 분석해 범죄사실을 밝혀낸 최근 사례도 소개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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