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의 8대 과제]양자 컴퓨터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42분


지구상에 있는 슈퍼컴퓨터를 한데 묶어서 계산해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단 며칠만에 푼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아직은 이론과 실험단계에 있지만 머지않아 양자컴퓨터가 이를 가능하게 해줄지 모른다.

현재 컴퓨터에 사용되고 있는 폰노이만 방식은 연산을 순차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숫자의 자리수가 늘어나고 데이터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처리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한 예로 129자리 암호를 푸는데 인터넷에 연결된 전세계 1600대의 슈퍼컴퓨터를 동원해 8개월이 걸렸다. 300자리 이상의 인수분해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양자컴퓨터는 며칠만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원리는 간단하다. 디지털 데이터가 0과 1로 처리되듯, 양자 입자가 업(up)상태일 때는 1로, 다운(down) 상태일 때는 0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양자(量子,Quantum)의 세계에서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런 특수한 현상을 이용해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여러개의 연산을 할 수 있다. 이런 병렬 계산은 기존 컴퓨터가 순차적으로 수없이 계산해야 할 것을 한번에 해치울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양자수가 많아질수록 계산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진다.

한국과학기술원의 이순칠 교수(물리학과)는 “가장 큰 난관은 현재 2―5개로 실험되고 있는 양자의 수를 더이상 늘리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양자수가 많아지면 양자효과를 고려해서 구현해야할 내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이를 처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자이론을 응용한 양자암호학은 실용화 단계에 와 있다. 이교수는 “양자기술이 매우 빠르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양자컴퓨터가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현재 전자대신 광자를 활용해 속도와 저장능력을 향상시킨 광컴퓨터, DNA의 염기를 이용해 병렬처리가 가능한 DNA컴퓨터, 분자의 구조를 이용해 크기와 전력소모를 최소화한 분자컴퓨터가 양자컴퓨터와 함께 차세대 컴퓨터로 등장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동아사이언스박응서기자>gopo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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